brunch

매거진 M씽크 1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l Sep 19. 2018

시청자가 안 보는 시청자 프로그램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 이젠 <탐나는TV>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가 3번이나 들어간 기획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 그런데 골똘히 생각해보면 시청자 중심이 아닌 프로그램이 있나? 특히 MBC는 "새로움을 탐험하다"란 슬로건을 내걸며 시청자를 탐험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시청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입으로 말해주는 것이 바로 <TV 속의 TV> 여야 한다.(기획 의도에 따르면 말이다)

출처 - MBC

그런데 MBC 시청자 중 이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시청자가 있을까?

글쎄다. MBC 애청자, M씽크인 필자조차 본 적이 없다. MBC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송국의 옴부즈맨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수렴하고 평가하는 프로그램인데, 방송법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매주 60분 이상 편성할 것을 의무화한다. 법적으로 이를 의무화한 건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청자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출처 - MBC
시청자의 ?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청자들도 "시청자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자신들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면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을까? 시청자의 의견을 분명 담고 있지만, 철저하게 MBC의 프로그램이다. MBC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청자에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시청자가 올려준 의견을 그저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시청자 클릭>이라는 코너를 보다 보면, 아무리 참고 볼래도 볼 수가 없다. 매우 또박또박 시청자 의견을 읽어준다. 끝이다. 제작진 입장에서의 항변이라던가, 반성, 다짐 등은 없다. 소통이 아니라 그저 전달뿐인 코너다.

시청자에 의한 ?

이것도 글쎄다. 시청자의 목소리보다 전문가의 의견이 더 많은 느낌이다. 한 주 동안의 MBC 뉴스 보도를 살피는 <뉴스 들여다보기>는 시청자의 의견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 했을 것이다"는 전문가의 추측만 있다. 전문가의 의견도 물론 필요하다. <TV 읽어주는 남녀>처럼 미디어 산업 전반을 다루는 코너에서는 필수적이다. 시청자들에게 쉽게 미디어 법규나 산업의 변화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열린 결말이냐"는 거다. <뉴스 들여다보기>의 전문가는 해당 보도를 이런(전문가와 같은)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만든다. 전문가의 의견을 줄이거나 시청자와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떨까?

시청자를 위한?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더 많은 시청자를 위하고, 더 많은 시청자들을 보게 하려면 우선 편성 시간부터 달랐어야 한다. 수요일 오후 1시 30분, 많은 시청자들을 위하는 선택이었나? 재방송도 화요일 새벽 5시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법한 요소도 찾아보기 힘들다. 코너 간 연결고리가 없다. 코너마다 CG들이 제각각이라 통일성도 부족하다. 일주일 동안 방영한 MBC 프로그램에 대한 코너를 한 흐름으로 묶었으면 좋겠다. 현재는 전반적인 프로그램 리뷰 <시청자 클릭>과 보도 리뷰 <뉴스 들여다보기>만 이어진다. 이후 MBC뿐 아니라 TV, 미디어 이야기를 다루는 <TV 읽어주는 남녀>가 이어져 흐름을 깨는 구성이다. <TV 읽어주는 남녀>은 MBC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가 끝난 후 프로그램 후반부에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청자 클릭>, <뉴스 들여다보기>를 이어 MBC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 전문가 두 명과 MC가 의견을 나누는 <TV를 말한다>, MBC의 시사 프로그램 비평인 <미디어 비평>까지 쭉 흘러가면 매끄러울 것이다.


<TV 속의 TV>를 보면 울며 겨자 먹기로 방영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10년도 넘은 듯한 코너 소개 CG와 개연성 없는 코너 구성, 빈 시간에 넣은 듯한 편성 시간 등 - 진행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녹화하는 듯하다. 어떠한 사족도 붙이지 않고 대본을 열심히 읽는다. MBC 아나운서 이전에 시청자다. 시청자로서 자신이 느낀 바를 짧게라도 "나누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쓰다 보니 오히려 MBC가 "MBC를 위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으면 한다. 시청자들이 "MBC를 위해" 의견을 내는 것이니 말이다. 시청자가 더 좋은 방송을 보기 위해 MBC에게 의견을 내는 것이지만, 결국 MBC도 좋은 것 아닌가?


MBC가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도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다. <TV 속의 TV>가 아닌 <탐나는 TV>로 개편한다.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토요일 오전 8시 10분으로 편성 시간도 바뀐다. MBC를 위한 프로그램,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지 시청자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여.은.파 100% 즐기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