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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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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 Nov 22. 2018

도전실록 작성기

<MBC도전실록> 편찬을 마치며

이 글은 6개월 동안 미뤄뒀던 일기다. 미뤄둔 일기를 몰아 쓰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 뭐했지?'는 고사하고 '점심 뭐 먹었더라?'도 기억이 잘 안 나니 말이다. 근데 어쩐 일인지 신나게 적어 내려갔다. 점심메뉴는 잘 모르겠는데 이 곳에서의 일들은 선명하게,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 곳에서 먹은 점심은 모조리 기억하는 매-직)

지원할 때의 창작콘텐츠 일부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건 언제쯤 익숙해질까 -

4월 15일, MBC 편성표에는 할아버지에게 추천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글을 써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청년시청자위원을 뽑는다는 글에 노인 이야기를 하는 바보였다. '청년의 이야기를 바랐을 텐데'라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운 좋게' 1차에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MBC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한 것처럼 기뻐했던 나, 열심히 준비해 면접장으로 향했다. 대기실에 도착해서는 MBC 신입사원 공채 면접을 보러 온 듯 떨었다. (정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음)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다행히 긴장이 조금 풀렸다. 누가 봐도 높으신 분들이었는데(a.k.a 부장님) 그분들이 활짝 웃어주셨다. 그.런.데 웃는 얼굴에 침을 뱉어야 했다. 지금의 MBC는 문제가 많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 같아도 안 보겠다고 - 솔직하게 말했다. MBC 드라마 중 무얼 보냐는 질문에 나를 포함한 모든 지원자들은 아무것도 안 본다고 답했다. 면접장을 나서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솔직하게 말하라고 판을 벌려주시니........ 그간 쌓아둔 얘기들을 신~나게 신~랄하게 풀었다. 왜 지원했냐는 질문에 "다시 보기가 공짜여서요"라고 답한 나, 브랜드 지원자가 적었는지 또 '운 좋게' 최종 합격했다.

매달 2개의 글을 세상에 보여주는 M씽크가 됐다.


나의 9, 10월 콘텐츠

스포츠, 라디오, 예능, 보도, 드라마, 시사교양

6개월 동안의 테마들을 차곡차곡 모아 보니, 없는 장르가 없다. 아무리 방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모든 장르를 꼼꼼히 살피고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건 흔치 않을 테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 한 분야에 하나씩은 내가 써먹을 만한 지식이 생겼다. 그뿐인가. 매달 테마활동으로 MBC를 찾았으니, 모든 분야의 현직을 다 만날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만 봐도 신기한데! 방송국 사람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다니! 처음에는 친구들한테 은근히 자랑했는데.. 나중에는 대놓고 자랑했다. "아 이번에는, 최승호 사장님을 뵌다네~" 괜히 상암동에 갈 일이 생기면 "저기가 '우리' MBC잖아!"...


그렇다. 6개월 만에 MBC가 나의 자랑거리가 됐다. 물론 MBC라는 타이틀 자체도 자랑이지만, 그 무엇보다 6개월 동안 너무 많은 도전들을 보여줬기에 더 자랑스럽다. 정말 시청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다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도전하고 있는지를 느꼈다.


MBC도전실록

브런치의 M씽크 매거진은 <MBC도전실록>이다. <MBC도전실록>에 실린 콘텐츠들을 보면 MBC의 2018년이 보인다. MBC에 애정을 갖고, 때론 뾰족하게 바라보면서 MBC의 6개월을 써내려 간 실록이다. 그 주체가 내부자인 MBC 직원이 아니라 "청년 시청자"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청년이기에 시각은 젊고, 결과물은 트렌디하다. 금손들의 카드 뉴스, 웹툰, 일러스트를 보면서 실 방영본과 비교하는 것이 큰 재미다. 시청자이기에 인기 좋은 프로그램들의 매력 포인트들을 쏙쏙 짚어주고, 반성할 지점들도 꼭꼭 짚어준다.


M씽크는 MBC의 도전들을 기록하는 중책을 맡은 것!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존재한다. 사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있지만 비판하는 것들도 꽤 있다. 왕이 승하한 후 편찬하기 때문에 사관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었다. <MBC도전실록>에서도 M씽크들은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처음엔 '채찍 채찍 채찍'인 글을 내면서 왠지 죄송스러웠다. 그런데 사실은 '저언혀' 그러지 않아도 됐다. 그런 글을 낼 때마다 (천사) 에디터님들은 "조금 (많이) 아프지만, 글은 정말 좋았어요"라며 내게 당근을 주셨다.


이렇게 재밌는 편찬을 그만두려니 선뜻 펜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매일 쉴 틈 없이 새로운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니, 할 말도 계속 생길 수밖에. 이제 <MBC도전실록>은 편찬할 수 없지만, <승정원일기>처럼 MBC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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