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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씽크 Nov 22. 2018

꼭 알아야 할 시사교양

10월 M씽크 테마활동 : 시사교양

시사상식의 필요성


방송사나 언론사에 입사하려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시사상식'


시사란 말 그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current affairs)을 뜻합니다.

상식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지식이나 생각의 감수성(common sense)을 뜻합니다. 

종합해보면 시사상식이란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해 보편적으로 알고 생각하는 바를 의미합니다.  

 

대중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을 뽑는 데 시사상식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대중의 상식선을 알아야 눈높이를 맞춘 대화(프로그램 제작 혹은 보도)가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언제나, '시사'보다는 '상식'을 들먹이며 싸울 때가 많습니다. 

'그 정도는 상식이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나의 상식이 누군가에겐 상식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사람이 동의하는 '상식선'조차 세월이 흐르면 잘못된 기준임을 알게 될 때가 있곤 합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인식의 프레임, 다시 말해 사고의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M씽크 10월 테마활동 : 시사교양 특강


패러다임과 프레임 


패러다임은 흔히 특정 시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 틀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시기와 사회의 '상식'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용어였지만 지금은 단절적이고 혁명적인 사회 진보/진화를 표현하기 위해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패러다임 개념에 대해 살펴보면 재밌는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공약/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le)입니다. 말 그대로 해석해본다면 공통이 되는 표준 척도가 없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서로 다른 패러다임에 갇힌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1) 용어가 다르고 2) 문제의식도 다르며 3)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봅니다. 


이런 패러다임의 특성에서 유추해보면, 점을 이어가면서 착착 선형적으로 세상이 발전할리 없겠죠. 같은 사건(event)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과학이든 세상이든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서 단절적이고 혁명적으로 발전한다... 가 패러다임을 주창한 토마스 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을 과학이 아닌 대중 미디어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PD수첩> 박건식 PD

오랫동안 <PD수첩>을 제작해 온 박건식 PD는 패러다임과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예시를 꺼내 보여줍니다. 


등록금 인상 - 등록금 현실화
양적완화 - 돈 찍어내기
정리해고 - 노동 유연화
해고/구조조정 - 군살 빼기/명예퇴직
재벌 - 대기업
경찰력 - 공권력
낙하산 - 공직의 정치적 임명


네모 안의 단어는 비슷한 의미로 짝지어 있습니다. 한데 이들을 살펴보면, [등록금 인상 vs. 등록금 현실화]의 경우처럼 일단 용어가 다릅니다. 인상은 무턱대고 돈을 올리는 느낌인 반면, 현실화는 뭔가 적게 받았는데 이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느낌이 듭니다. 용어의 차이는 문제의식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즉 등록금을 억울하게 더 많이 내는 게 아니라, (불합리하게 적게 내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란 거죠. 그리고 이런 관점의 차이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가 학생이나 학부모라면 당연히 인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학교 입장이라면 현실화라고 주장할 테니까요. 


결국 미디어가 등록금 인상을 다루는 방식을 곰곰이 살펴보면, 패러다임 이론의 공약/통약불가능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예는 위의 네모 칸처럼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름이 올바르지 않은 곳에 공정함은 없다  


공자는 이름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말이 순하지 않고, 말이 순하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사회 규범과 공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으니 참으로 지혜로운 말씀입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패러다임이 충돌하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패러다임은 단순히 패권에 대한 이론이 아니고 문제 해결 패턴과 관련한 이야기란 점입니다. 처음엔 잘 작동하던 패러다임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또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누적되기 시작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당장엔 불편할지 몰라도 과학을 더 발전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진보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꼭 알아야 할 시사상식으로서의 시사교양 역시, 작게 보면 하나의 시사를 다루는 듯 하지만 크게 보면 새로운 상식으로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가 제목에 올바른 단어 하나를 넣기 위해 데스크와 싸우는 것. 

문장과 문구 하나하나 팩트체크를 하며 올바른 용어를 쓰도록 살피는 것.    

힘 있는 자의 언어가 아니라 약자의 언어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 모두가 모여 깊게 물든 기성 사고의 틀을 깨고 나오는 데 도움을 줍니다.  꼭 알아야 할 시사교양의 가치 역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열심히 시사프로그램을 보며 상식을 확인해야 할 이유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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