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한 Jan 31. 2023

대기업을 뛰쳐나온 마흔살배기

의 난데없는 스타트업 생존기

[이 글은 에세이집의 여는글 입니다.]



유명한 컨텐츠 크리에이터 혹은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가를 소개할 때 으레 등장하는 수식어가 있다. 


‘그가 대기업을 뛰쳐나와 백만 유튜버가 된 이유’

‘그녀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블로그를 쓰게 된 사연’


어찌나 ‘대기업을 그만두고’ 성공한 사람이 많은지.

이쯤 되면 성공을 위해 대기업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을 퇴사해야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실상 성공과 대기업은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것 같지만-



올해 서른아홉. 나도 대기업을 퇴사했다.

트랜드에 걸맞는 수식어가 필요했다거나 지금 쓰고있는 글의 소재가 필요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퇴사할만큼 무모하지 않은데다 그러기엔 대기업은 달콤하다.


경력 6년차, 손가락에 꼽히는 국내 대기업에 입사해 5년을 더 다녔다.

급여와 복지의 따듯함을 누리며 직업관이 바뀌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느낄 쯔음

불현듯 받은 제안은 돌맹이 하나에 의한 파동이었다.

그 파동은 조금씩 커져 파도가 되더니 집채 만한 해일이 되어 나를 덥쳤고

지금은 그 여파로 망망대해 어디쯤 작은 고무보트 위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고무보트 위에서 정신이 조금 들고나니

이러한 고민의 과정과 결정적 이유들

고민의 고민을 덧붙여주던 물리적/정신적 존재들

실제로 저지르고 난 후 찾아오는 변화와 적응과정의 생생하고 디테일한 소감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빛을 바래기도 하지만 기억을 왜곡 시키기도 한다.

경험 위에 생각의 겹이 퇴적되면 반복해서 떠올린 상상이 진짜 겪었던 일로 둔갑한다.

노년에 발간된 자서전에 씌여진 일화가 실제 일어났던 일과 조금씩 차이가 나는 이유도 동일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스타트업에 거취를 옮긴지 몇일 되지 않았다.

마음 속에 뭔가 씌여질 말이 떠오를때마다 그 문장들이 아직 팔딱거릴때

이 브런치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두려고 한다.



일단은, 나의 생각을 보관코자 하는 일이지만

나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거나 이직과 취업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을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