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알로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라 Mar 28. 2018

펄떡펄떡 뛰는
지구의 심장 위를 걷다

[빅아이랜드 화산국립공원] 불의 여신 펠레를 만나다

쉭쉭~ 품어대는 펠레 여신의 숨소리... 스팀 벤츠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Crater Rim Drive:할레마우마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10.6마일 순환도로)로 접어들자 우리가 탄 작은 우주선은 걷잡을 수 없는 블랙홀 속으로 점점 빠져 들어간다. 주변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1km 정도 나아가자 사방에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스팀 벤츠(Steam Vents)다. 우리는 잠시 스팀 벤츠 지대에 우주선을 멈추고 탐사에 나섰다. 사방에서 뜨거운 수증기를 치익치익 뿜어내고 있다. 화산의 여신 펠레가 내뿜는 숨소리일까? 온몸을 감싸고도는 수증기 열기가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바닥의 열기도 뜨끈뜨끈하다. 정말이지 화성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크! 뜨겁다! 스팀 벤츠 구멍에 함부로 얼굴을 내밀어서는 안 된 일. 뜨거운 수증기가 확 얼굴을 감싸 데일 수도 있다. 스팀 벤츠는 지하수 바로 밑에서 흘러가는 용암으로 뜨거워진 물이 갈라진 용암의 틈을 타고 수증기로 배출하는 것이다. 스팀 벤츠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많은 동전들이 떨어져 있다. 스팀 벤츠 안에 동전을 던지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나? 아무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스팀 벤츠에 가거든 동전을 던져보자. 마치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가면 행운을 비는 동전을 던지듯이...



조심스럽게 스팀 벤츠 트레일을 걸으며 킬라우에아 칼데라(Kilauea Caldera)에 도착했다. 다시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빗속을 휘적휘적 걷는 기분은 의외로 환상적이다. 빗줄기와 수증기가 어울려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다. 지구 상의 이런 데가 있다니 갈수록 지구는 신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수증기 속의 실루엣처럼 한참을 멍~ 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영이의 재촉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우리는 다시 작은 우주선을 타고 할레마우마우로 출발했다. 




할레마우마우에서 화산 여신, 펠레를 만나다


할레마우마우(Halemaumau)에 도착하니 하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 할레마우마우는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구다.  분화구를 둘러싼 칼데라의 지름만 4km에 달한다. 할레마우마우는 1983년 폭발한 이후로 크고 작은 폭발을 거듭하며 밤낮으로 연기를 토해내고 있다. 



할레마우마우는 하와이 원주민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화산의 여신 펠레(Pele)가 분화구 안에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화산 자체가 펠레의 여신이라고 믿는다. 할레마우마우는 '불의 집'이라는 뜻으로 펠레의 궁전이다. 화산의 신 펠레는 태평양에 떠 있는 수많은 섬을 둘러본 뒤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로 돌아올 때면 마중이라도 하듯이 화산이 폭발을 한다고 한다. 토마스 재거박물관에는 펠레 여신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다. 펠레 여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를 소개해 본다.


                                                                                                                      

아주 오래전에 펠레는 그녀의 언니인 나마카(Namaka)라는 바다의 여신과 사이좋게 여러 하와이 섬을 다니며 살았다. 어쩌다가 나마카가 동생 펠레를 내몰려고 해서 펠레는 하와이 북쪽 섬에서 쫓기다가 마지막 섬 빅아일랜드에 이르러 화산 밑으로 숨었다고 한다. 그 후 언니 나마카는 바다에 살며 아직도 여동생 펠레가 뿜어내는 시뻘건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면 바닷물로 식히는 고된 일을 해내고 있다. 펠레는 아주 막강한 화산의 여신으로 그 노여움도 대단하다고 한다. 만일 관광객들이 라바(용암) 조각 부스러기들 화산 부산물을 습득할 때에는 반드시 저주를 준다는 것. 저주까지는 몰라도 악운(bad luck)을 준다는데… 어떤 신혼부부가 빅아일랜드를 여행 중에 펠레의 물건을 집으로 가져간 후 펠레의 저주를 받아 이혼을 했다고 한다. 


하와이 섬은 원래 폴리네시안의 전설적인 항해가 '하와이로아(Hawai'iloa)'가 발견하여 섬의 이름을 '하와이로아'로 불렀다고 한다. 그 후 폴리네시안 부족 중에서 화산 주변에 터를 잡은 부족이 섬을 장악해다. 하와이 섬을 통일한 카메하메하 1세도 하와이 섬 출신으로 하와이 제도 전체를 통일한 인물이다. 


재거박물관에는 펠레의 눈물, 머리카락도 전시되어 있다. 펠레의 눈물이 공기 중으로 분출되다가 식으면 용암이 식어서 얼기설기 엉킨 머리카락처럼 보인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펠레 여신의 표정은 사납다. 자칫 잘 못 보이면 용암 속으로 집어넣거나 머리카락으로 휘감아버릴 것만 같은 기세다. 펠레의 눈물이 흘러내리며 식어서 머리카락처럼 길게 태평양으로 흘러내리며 새로운 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빅 아일랜드는 요즘도 바다로 흘러내리는 용암으로 매일 0.4㎡씩 땅이 넓어진다고 한다. 



할레마우마우는 밤에 더욱 화려하다. 할레마우마우는 낮보다는 밤에 찾아가는 것이 붉은 화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할레마우마우의 밤 야경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조금 일찍 서둘러야 한다. 늦어지면 주차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체인 오브 크레이터 로드를 드라이브한 후 저녁에 할레마우마우로 다시 돌아왔다. 붉은 연기가 할레마우마우는 시뻘건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붉게 밝히고 있었다. 붉은 연기가 구름이 되어 검은 하늘을 불게 물들였다. 


붉은 할레마우마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지구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면서 피를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지구의 맨틀은 지구의 피부이고, 마그마는 지구의 혈액이다. 마그마가 바윗덩어리를 녹이면서 지구의 피부를 뚫고 올라오는 것이 바로 용암인 라바(lava)다.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에서는 끊임없이 지구의 핏물인 용암이 흘러내리고, 쉭쉭 연기를 뱉어낸다.  



지구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화탕지옥이 따로 없다. 저기 지글지글 끓는 용암 속이 바로 화탕지옥이다. 무섭다.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펄떡펄떡 뛰는 할레마우마우!

지구는 살아 숨 쉰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