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TechMakers Seoul 2016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개발자나 어느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 앞에 ‘여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성차별적인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런 말들이 현실적으로 너무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사회 전반적으로(비단 한국에서만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만) 여성이 남성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고 특히, 여성 개발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런 글이나 모임을 통해 여성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조금은 다른 고민과 다른 생각,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 등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제, 3월 27일, 봄기운이 완연했으나 황사가 조금 있었던 따뜻한 일요일, 아주 멋진 행사에 초대받아서 다녀왔습니다. Google Korea와 Google Campus Seoul이 후원하고 GDG Korea가 주최한 테크 분야에서 일하는 (혹은 일하기를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모임인 Women TechMakers Seoul이 바로 그 행사였는데요. 제가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은 여성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던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식적으로 300명 이상의 참가 신청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나오면서 남아 있는 이름표를 얼핏 보니 십여 개 정도밖에 안 됐던 것 같습니다.)
홍준성(Engineering Director, Google Korea)님의 Keynote를 통해 구글에서 어떤 취지로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혹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 들은 내용 중에 제가 메모해 둔 것을 공유합니다.
구글에서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편견 없이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IT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리더로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데 모임의 취지가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올 해부터는 많은 여성 커뮤니티들과 협력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아직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테크 분야에서의 여성 인력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단지 여성들만을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현재 리더들에게 다양성의 장점에 대해서 조금 더 전달해줄 수 있는 행사로 발전하기 기대한다.
자세한 행사 진행에 대한 내용은 http://festi.kr/festi/wtm-seoul-2016/ 웹 페이지나 검색을 통해 알아보실 수 있을 듯하고, 저는 오늘 그 행사를 통해 저 역시 새롭게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나눠볼까 합니다.
우선, 정말 많은 여성 개발자 커뮤니티(혹은 여성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 분야에서(물론 개발자는 아니지만)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 소개되었던 커뮤니티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커뮤니티 소개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경험한 것들을 나누는 시간은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GDG : 김나연
—> slack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좋아하든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여성 개발자 모임터 : 이유비
—>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이 많이 가입하셔서 취업 상담, 직장 생활 상담, 워킹맘들의 노하우 공유 등의 이루어진다. 주말 스터디도 진행하고 있고 1박 2일 토론/책 읽기를 진행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조언을 커뮤니티를 통해서 듣게 되었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장고걸스 : 이수진
—> Python으로 만들어진 웹 프레임워크인 장고로 공부를 하고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들을 위해서 워크숍을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 2일 워크숍을 통해서 프로그래밍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던(못했던?) 사람들과 웹사이트를 만들어본다.
Girls in Tech : 김민경
—> 여성 창업자/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의 한국 지부이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테크 분야에 있는 모든 여성이 해당된다. 테크 분야에 있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서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Py Ladies : 신예지
—> Python을 쓰는 여성들의 모임이다. Pycon에서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패널 토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에 나온 이야기들은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크게 느끼는 바가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중에 특히 저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질문과 답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패널 : Women Senior in IT
민윤정 (대표, 코노랩스)
김수연 (이사/UX 디자이너, 하이퍼커넥트)
김민경 (대표, Luxbelle)
민혜경 (HRPB, Google Korea)
이해민 (Product Manager / Tech Chapter Lead, Google Korea )
Q 서버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여자가 하기도 힘들고 회사에서도 여자는 안 뽑는다고 하던데?
A 여자냐 남자냐의 문제가 아니고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이다. 이런 고민하는 시간에 조금 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나는 18년 차이지만 지금도 항상 공부하고 있다.
Q 새로운 개발 환경을 만났을 때 효과적인 학습 방법?
A 프로그래밍 언어에 너무 의존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프로그래밍은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 코스가 많으니 기초에 조금 더 집중해서 공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머지는 도전정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좋아하는 것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 언어를 생각하기 바란다.
Q 그만두고 싶었던 위기의 순간과 이를 극복한 경험?
A 한 가지 꿈만을 보고 달려왔는데 취업을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그때마다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극복했다. 적극적인 성격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후 다시 일을 시작할 때, 그런 과정을 지나치며 한국 IT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아갈 때 필요한 것?
A 사실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실력밖에 없다. 항상 계속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Q 여성이 테크 분야에서(개발자)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A 잘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으로서 육아에 소홀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미안해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고 충실하게 사는 것이 자식에게도 결국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A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다. 자신이 무얼 했을 때 행복하고 좋은지를 지금은 모를 수도 있지만, 결국 찾게 될 것이다. 나이가 많아져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것보다 실력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다. 좋아하는 것에 미쳐라.
A 아직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못 찾았다고 해도 괜찮다. 그렇다면 일단 무엇이든 시작해보라.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주어진 것에서 깊이 파보라.
여성으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결혼과 육아 문제에 대한 부담감이 있고 또 그로 인한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육아는 엄마만의 문제인 듯한 인식이 강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고 아빠(남편)의 인식 변화와 도움도 절실하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도 참석하셨던 경력 15년 차 이상의 선배들은 이야기합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라고... 이것은 비단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어제 행사를 총괄하셨던 Google Korea의 Product Manager로 계시는 이해민 님은 이 행사가 공감과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네트워크가 일어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질문과 적극적인 소통 그리고 서로의 고민을 충분히 공감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며 이 행사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특히, 행사장을 나오기 전 한 참가자의 질문에 대한 패널의 답변은 계속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돈 때문에 선택하든, 남자 때문이든, 부모님 때문이든... 도전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현실에 너무 안주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 때와는 다르게 지금 학생들을 학자금 대출이나 여러 가지 금전적인 문제들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대기업만을 선호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은 선택이다. 선택에 있어서 신중하되 스스로 비난하지 말길 바란다.
(그분이 하신 이야기를 듣고 제 나름으로 정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