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아니 카미노 데 피니스테라까지 35일의 여정을 마친다.
파리 사를 드골 공항에서 통과됐던 스틱은 걷기가 모두 끝난 후 산티아고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다행이었고 아쉬웠다.
지난 11월 30일 딱 한 달 만에 피니스테라에서 완주증이 우편으로 도착했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부터 피니스테라까지의 완주증은 따로 발급된다. 우리가 도착했던 날이 10월 30일 일요일이어서 바로 발급받지 못했었다) 뜻밖의 선물같았다.
걷는 내내 다시는 이런 고생은 하지 않으리라 했던 다짐이 한 달도 못돼 무너지고 나는 다시 인터넷 서점을 뒤져 Via Francigena, ‘로마로 가는 길’을 발견하고 말았다. 즉시 구매해 열심히 읽는 중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걸은 후 어떤 느낌이냐고. 한마디로 가볍다. 6Kg의 배낭 하나로도 살았고, 머리를 비웠으니까. 그리고 카드값은 무겁다.
'10분간의 지옥'은 조회 수 2500회가 훌쩍 넘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날이 그날 같은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해 주신 모든 분들께 온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이 글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정보보다는 나의 삶을 담은 글이다. 정보는 수많은 곳에서 취할 수 있으므로.
집 앞 카페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펑펑 눈이 쏟아진다. 순례길에 있는 듯 순간순간 풍경들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 있다. 아직 내 삶을 상당 부분 지배하고 있다. 그 증상의 하나로 그야말로 미친 듯 걷고 싶어 진다. 그런 날은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밖에 없다. 한 주에 한 번씩은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걷고 있다. 까맣게 상해가던 두 개의 발톱은 뿌리만 남긴 채 거의 두 달 만에 떨어져 나갔다. 영광의 상흔이다.
9월 26일부터 10월 30일까지 35일간의 기록을, 걸으면서 사흘에 한 번씩 올리다가 핸드폰이 고장 난 바람에 귀국 후 이틀에 한 번씩 올렸다. 의도치 않았지만 22년 12월 말로 마무리되었다. 걸었던 일도, 기록했던 일도 나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더 크고 험난한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 지는 이유다.
(2022년 12월 27일,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