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장이 좁아져서 (물건이 많아져서..) 공장을 이전하게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이사를 하다보니 쓰지 않는 가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당근을 하기도 했지만 쓸모를 다한 가구들을 폐기하는 비용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어요.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는 기획사를 운영하며 행사 후 폐기물에 현타가 와서 허니콤보드 공장장이 되었습니다. 허니콤보드로 행사물품을 만들면 건축물 폐기물이 아니라 종이재활용품이기 때문에 폐기물 비용이 나오는게 아니라 자원비를 돌려받습니다. 인류가 사용한는 물건중에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물질은 종이거든요.
쓰지 않는 가구를 폐기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새 공장에서 정리를 하다보니 당연하게도 또 물품이 들어갈 가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또 가구를 구입하고 싶지는 않고, 당근으로 가구를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돈주고 물건을 사서 돈주고 물건을 버리는 과정도 짜증스럽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구들이 대부분 나무가루를 본드죽으로 뭉쳐 만든 MDF고, 이 나무도 아닌 물건은 태우지도 뭍지도 못하는 물건이거든요.
마어마한 잡동사니에 치여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정리전문가가 필요할 만큼 물건이 쏟아져나오는 우리 공장에 정리박스를 만들자
허니콤보드 똥가리로 만들어본 종이가구 초기 모습
종이지만 벌집구조의 안정성 덕에 나무보다도 더 단단한데 가벼운 특징이 있습니다. 당연히 MDF로 만든 가구보다 더 좋은 소재이니 공간박스를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고객들에게 허니콤보드 포토존도, 허니콤보드 POP나 판매대 등을 만들어드리다보니 공장용어로 '똥가리'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남은 판재역시 순도높은 펄프로 만들어진 녀석들이다보니 그냥 버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 남은 판재들로 이런 저런 업사이클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용하시는 분들 차원에서의 업사이클링 보다는 저희같은 업자(?)들이 이런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해요. 산업현장에서 지켜보면 정말 지구가 영원히 존재할 것 처럼 자재를 사용하거든요.
어차피 남은 허니콤보드 조각들로 우리가 쓰려고 만들기 시작한 프로젝트는 조금씩 진지해졌고, 공장식구들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럽게 공장에서 진행하는 업싸이클링으로 모아졌습니다. 우리가 쓸거지만 가급적 접착도 없었으면 좋겠다. 안쓸때는 부피가 적었으면 좋겠다. 종이 이외의 다른 플라스틱 조각들은 안쓰면 좋겠다 등등 다양한 생각들이 모였어요.
종이공간박스 허니콤보드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디 대단한 스튜디오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지만 일단 백색 허니콤보드 원판을 놓고 이런 저런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집에서 쓰던 향수병과 존경하는 달리선생님의 피규어도 가져와보았어요. 이사하다말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느라 아직도 공장은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 만들어보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 보며 사는 일이기도 하고 행사 한방에 집채만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마음은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