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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go Dec 06. 2020

내게 빛을 준다, 라포엠

라포엠의 첫 앨범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씀

가슴에 사무치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으려 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하루도 가슴이 사무치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매일 글을 쓸 '문장의 파이프라인(pipeline)'을 장착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성립되지 않는 말이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여러가지 중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 하고 있는 일은 조용히 고민하다가 잔머리를 쥐어짜서 다량의 보고서를 써내야 하는 일인데, 하루에 몇 페이지를 나갔는지가 성과를 가늠하는 잣대이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잡담도 서툴러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몰두하는 편이다. 하루는 같이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동료가 내게 물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

그렇게 묻는 그는 하루에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피는 20개비의 담배와 주 1~2회 막걸리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음악 듣고 EPL(English Premier Leage) 시청하는 거, 그리고 가끔 돼지고기와 와인 한잔 먹습니다."

그가 "그러면 집에 가기 전까지는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네요."라고 물었다.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그렇게 재미없게 살고 있었나 보다. 어깨에는 오십견이 왔고, 가슴 설레면서 가는 해외출장도 없고, 사무실에 처박혀 제안서를 쓰는 무미건조한 내 삶에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무얼까?


최근에 펜카페에 가입한 '라포엠'정도가 와이프와 함께 재미있게 듣는 음악인 듯싶다. 2013년 조용필 대인께서 '헬로'라는 음반을 내시고 가요 톱텐에 정상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는 노익장을 과시하셨는데, 그때 이후로 내가 경험한 기념비적인 음반은 바로 라포엠의 <SCENE#1>이다.


애절한 발라드도 좋고 다소 직설적인 가사의 트롯도 좋지만, 펜텀 싱어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본 라포엠이 나의 음악생활에 중심에 서있다. 그들은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다 마지막 선택지로 펜텀 싱어라는 경연을 택했고, 동화처럼 성공을 이루어 냈다.  


미국의 Time 지는 2020년을 'The Worst Year Ever'라고 표현했지만,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답답하고 힘든 한 해를 지냈지만, 라포엠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성공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그들로부터 많은 이들이 희망의 빛을 발견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어둠을 비추는 한줄기 빛과 같은 음악이 내 단조로운 하루의 삶에 조그만 숨구멍을 열어주고 있다. 대학생 때 이문세/한영애님이 내게 하시던 역할이, 조용필 대인께서 하시던 일이, 2NE1이 내게 하던 일의 바통을 이어받아 라포엠이 한다. 그들이 어둠을 이기고 살아남아 내게 빛을 준다.  11월에 나온다는 보졸레누보같이 햇포도로 담은 과일향이 나는 와인같은 향이나는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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