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나는 사방에서 매미들이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리를 칠 정도로 목청을 다해서 발악적으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좁은 오솔길을 혼자 쓸쓸히 걷고 있다.
윗글은 기막히게 묘사한 글입니다. 단어 선택도 탁월합니다. 그런데 이 글은 산만해서 잘 읽히지 않습니다. 설명하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입체가 아닌 평면입니다. 그러다 보니 운율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 호흡에 읽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문장이 너무 길어서 가독성을 잃었습니다. 단문으로 써야 합니다. 한 음절로 읽어야 입체적이며 직접적이고 현장감이 있습니다. 좋은 글은 강약 리듬을 탑니다. 그래야 독자들이 숨을 쉬고, 빨려 들어가며, 긴장합니다.
둘째 문장 배치 순서입니다. 일어나는 행위 순서대로 글을 써야 합니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정한 순서로 문장을 배치하면 잘 읽힙니다. 윗글 문장은 글쓴이 행동과 눈동자가 움직여 풍경 장면을 사진 찍듯이 캡쳐하여, 그 캡쳐 순서대로 배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외수 작가는 글을 아래와 같이 교정했습니다.
① 나는 혼자서 오솔길을 걷고 있다. ② 혼자였다 ③ 오솔길은 비좁아 보였다. ④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비켜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⑥ 발악적이다. ⑦ 주변의 나무들이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단문으로 썼습니다. 한 문장을 일곱 문장으로 나눴습니다. 리듬이 살아나니 문장이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뜻이 명확하고 잘 읽힙니다. 그런데 세세히 들여다보면 문장이 수동형입니다. 영어식입니다. 글쓴이가 직접 본 장면인데도 자신감 없는 표현으로 현장감을 살짝 흐렸습니다. 생동감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2차 교정을 했습니다.
① 나는 혼자서 오솔길을 걸었다. ③ 오솔길은 비좁았다. ④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비켜설 자리가 없다. 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⑥ 발악했다. ⑦ 주변 나무들이 진저리 쳤다.
영어식 글을 한글식으로 바꿨습니다. ‘Be 동사, 있다’ 형식을 능동형으로 바꿨다는 말입니다. 한글 특징인 동사를 살렸습니다. 흐린 표현을 정확한 낱말로 바꿨습니다. 그러니 글자 수가 줄어 힘이 있고 생동감이 생겼습니다. 긴장감이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글쓴이 뜻을 잘 전달하면 그만입니다. 글쓰기 방법 중 파편 몇 개 익히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꾸준하게 쓰고 교정을 되풀이하는 게 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