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나는 후회 같은 것 안 해.

by 시우

“나는 후회 같은 것 잘 안 해?” 일상생활에서나 드라마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러니까 비록 지난 일에 과오로 미련이 남았더라도 후회해 봐 자 소용없으니까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삶의 갈림길 앞에서 뭔가를 선택할 때 주변 상황과 여건, 저마다 처지를 고려하여 깊은 성찰을 한다. 그렇게 하여 뭔가를 결정하여 선택했는데, 그 선택이 사회 시스템 에너지에 일치하고 운의 기운을 받아서 바람대로 잘 흘러가고, 반대로 개인의 능력과 스펙을 잘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기운 에너지에 어긋나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선택 결과는 온전히 개개인 몫이다. 게다가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짊어져야 몫도 꽤나 많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는 건 개개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마다 선택한 몫도 짊어지고 가기에 벅찬데 이미 선택된 몫까지 감당해야 하니, 그야말로 고통은 우리 일상에 그림자처럼 함께하지만 또한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뭔가를 결정한 뒤에도 ‘과연 이것이 잘 한 선택이었을까?’하고 되새김질을 한다. 혹여 내가 다른 길을 갔다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까? 더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선택하지 않는 길에 미련이 남아서 그 길을 무의식적으로 신비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 뇌는 갖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길을 황금 정원처럼 아름답게 꾸민다. 지금의 삶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은 길과 비교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지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없어도, 현재가 적잖이 만족스러워도, 마음속에는 언제나 다른 가능성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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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가지 않은 길에 이토록 매달릴까? 그것은 상상력 때문이다. 상상력은 원래 ‘없는 것’들에 머문다고 한다. 사람은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상상 결핍’이라 칭한다. 인간 뇌는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않는 것에 아쉬워하고 미련을 갖는다. 예컨대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갔을 때, 내가 시킨 메뉴가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옆자리에 나온 음식이 더 맛깔스럽게 보인다. 저걸 시킬 걸 하는 후회가 스친다. 이처럼 후회와 미련은 개인 이성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 무의식 따라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습관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간 일은 잊어버려’라는 이 메마른 위로는 일상 속에 무심결에 지나치지만 별처럼 빛나는 지혜이다.


후회는 본능에 가까워 본인도 모르게 ‘결핍 생각’에 매몰하여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외로 간단하다. 미련의 길에 직접 부딪혀 경험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미 시기가 지나버려서 되돌릴 수 없는 게 많다. 게다가 누구나 현재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는 게 무척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은 운명처럼 덩그러니 남겨진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맞닥뜨려 봄 직하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먼지같이 아주 작은 것부터, 접근하기 쉬운 것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림 그리기, 기타 배우기, 수영 배우기, 독서하기, 글쓰기, 주식투자하기, 새로운 사랑하기처럼 말이다.


이제까지 주뼛거리거나 주의 눈치를 봤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 이젠 타인 시선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미련의 길에 꾸준하게 부딪쳐 보자. 용기와 부지런함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아무튼 작은 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로 끝나든, 뜻밖의 결실을 맺든 간에. 그것은 우리를 가슴 뛰게 하기도 하고 때론 시련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의 일부로 남는다. 최소한 ‘가지 않는 길’에 뇌신경세포가 만들어 낸 막연한 환상을 걷어낸다. 이 환상은 실제 경험해 보니 허상이거나,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일깨운다. 그러면 후회로부터 바람처럼 자유롭다.


작은 도전과 행위가 삶에 효용성을 주고 유의미한 변화를 줄까? 자연의 현상 중 하나인 ‘되먹임 현상’을 성찰해 보자. 일명 나비효과라 한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기후 모델을 연구하다가 개발한 패턴이다. 하나의 원인이 어떤 결괏값을 낳으면 그 결과가 원인으로 작용하여 다시 증폭하는 현상이다. 주식시장에서 처음에는 단리와 복리의 차이는 크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윤은 복리 되먹임 현상으로 증가폭은 점점 커지는 패턴이다. 1961년 로렌츠는 초기 상수인 조건 값을 소수점 0.506127 6자리를 반올림하여 소수점 0.506까지만 입력했다. 처음에는 그 결괏값이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크게 차이가 났다. 그래서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태풍으로 연결된다는 비유가 유래됐다.


이처럼 처음에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우리네 삶의 변화는 없다. 그런데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저마다의 관심분야에 그 무엇을 메모하고 그 메모를 다시 읽고, 의문이 되는 부분을 다시 찾아서 또 메모하고 그렇게 되풀이하면 그 미미한 일은 점점 쌓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어떤 분야에 직관과 작은 내적 통찰력이 생겨 하나의 티끌 같은 깨달음으로 이끈다. 그 작은 일을 꾸준히 하면 운 좋으면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우리 신경 뇌는 후회와 미련에 집착한다. 이로 인하여 우리를 괴롭히고 ‘가보지 않은 길’에 막연한 환상을 갖게끔 한다. 조금만 더 가볍고 담백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이러한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관련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머릿속에서 수백 번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보다, 실제 행동은 언제나 더 많은 정보를 주고 더 풍부한 깨달음을 준다. 후회는 상상 속에서 자라지만 경험은 현실 속에서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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