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en May 17. 2019

자소설 말고 진짜 내 이야기

취업준비를 하며 나 돌아보기



저는 강원도 춘천 시골에서 독남으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이런 자기소개서 시작 멘트는 쌍팔년도에나 썼을 법한 내용입니다만 저 첫 문장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주요 키워드는 '시골'과 '독남'이죠. 저는 1992년에 태어나 99년부터 04년까지 전교생이 100명 남짓한 작은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2006년도에는 전국적으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사업을 시작했었는데 시골학교에선 2002~3년에 시범으로 시작했었죠. 그때가 5학년쯤이었습니다.


우연히 컴퓨터 선생님이 "학교 끝나고 홈페이지 만들기 수업이 있는데 해보지 않을래?" 하는 말에 저는 뭣도 모르고 하겠다고 답했죠. 2학년 때 처음으로 인터넷을 켜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신기해했던 게 전부인데 홈페이지 만들기라니... 그땐 고민과 두려움 없이 해볼 수 있는 패기가 있었나 봅니다.


수업에 사용한 프로그램이 '나모 웹에디터 5.0'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개발한 위지윅 방식 웹사이트 제작 프로그램이었는데 코드를 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의 클릭과 숫자 입력만으로도 웹페이지를 뚝딱 만들 수 있는 아주 쉬운 방식이었습니다. 만들기, 그리기 이런 것들을 좋아하던 제가 컴퓨터로도 뭔가?를 만드니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그날 이후부터 아주 푹 빠져버렸습니다. 학교에서만 하는 수업만으론 제 열정을 채우기에 부족했죠.


"선생님, 저 집에서도 이 프로그램 써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거 꼭 집에서 혼자만 써서 해야 해. 누구 주고 하면 안 된다."

선생님은 CD를 구워주시며,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땐 몰랐죠. 불법복제인지...(지금도 밝히면 걸리려나요...?)


저는 형제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오시기에 집에 돌아오면 저 혼자였습니다. 그렇기에 쪼물쪼물 이것저것 만들고 그리고 자르고 노는 게 익숙했습니다. 선생님께 받은 그 프로그램은 새로운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이것저것 만져보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만들었습니다.


'아빠가 포크레인을 하니까 사람들한테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아빠 홈페이지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아빠는 홈페이지 있으면 뭐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는 유원지라 민박, 펜션이 많으니까 한꺼번에 소개하는 홈페이지도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홈페이지를 공책에 스케치하곤 했습니다.


나름 레이아웃도 잡고 인터렉션에 대한 설명도 적어놨었네요.


막연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같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웹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게 자기소개서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하고 소개하는 것이죠. 그런데 지원한 기업에 나를 맞추다 보니 진짜 내가 아닌 이상한 내가 되어버립니다. 진짜 나와 글의 나 사이에 괴리감까지 느낍니다. 어찌나 다르면 '자소설'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어디서는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좋은 자기소개서 교육들도 하고 있습니다. 왜 내 소개를 하는데 다른 사람이 간섭을 하는 걸까요? 자기소개서는 개인과 기업 사이에서 궁합이 잘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나를 속이면서까지 기업에 들어가느니 조금 길고, 지루하고, 핵심이 딱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그런 진짜 나를 소개해보겠다고. 서툴지만 진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무관심하거나, '이게 뭐야?'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관심 가져주시는 분이 있을 거라 생각 듭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만 3년이 지났고, 연구소에서 1년, 스타트업에서 1년 2개월, 그 외 다른 스타트업과 서포터 등 한 이력이 있습니다. UXUI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브랜딩, 기업문화, 사회적 문제, 독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메일로 연락 주시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정훈 / UXUI디자인

chammexx@gmail.com

https://www.rocketpunch.com/@serendipity/info (로켓펀치 프로필)



-

#자기소개서 #자소서 #자소설 #디자인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