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하염없이 넘기곤 한다. '잠깐만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보다보면 1~2시간은 훌쩍 넘어버린다. 결국 앱을 종료하고 나서 생각해보면 얻는 것이 없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SNS를 하는 사람들을 이 끊임없는 굴레에 머물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무한 스크롤'이다. 무한 스크롤이 있기 이전에는 페이지네이션이 있어서 사용자의 흐름을 잠시 차단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무한 스크롤이라는 인터페이스가 나온 후로부터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SNS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무한 스크롤을 만든 디자이너 Aza Raskin(에이자 래스킨)은 이렇게 말한다.
"그 기능을 만든 죄로 평생을 참회해야 할 것만 같다. 무한 스크롤을 만들 당시에는 컴퓨터를 통한 인간 상호작용을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무한 스크롤은 지극히 당연한 기능이었다.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보면 무한 스크롤로 인해 정지 신호가 사라진 셈이다. 결국 인간의 시간을 수억 시간 낭비하게 된 거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내 제품을 사용하는 한 사용자의 제약만 생각해선 안 된다. 앞으로 디자이너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다뤄야 한다."
초기에 새로운 기능을 만들 때는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한다. 하지만 그 결과로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되는 경우가 생긴다.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스타그램이 과시하는 수단으로, 또 좋아요 반응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에 본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도 평화를 위해 독일보다 앞서 원자폭탄을 만들기로 하지만 결국 먼저 개발하고 전쟁에 사용해버리고, 지금은 더 강하고 많은 원자폭탄으로 서로를 견제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창업자, 디자이너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윤리적인 부분은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 잔해는 이 세상에 남아버릴 것이다. 사용자를 '위한다'라는 것이 사용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은 삶의 형태를 결정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금까지 디자인을 문제 해결 방안으로 보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왔다. 이 목적은 시장이 결정해왔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디자인을 어떠한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가? 디자인은 미학과 기능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에도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가?
<디자인의 가치> 프랭크 바그너 / p.46
넷플릭스 <앱스트랙트>
https://www.netflix.com/title/80057883
책 <디자인의 가치>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8038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