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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Feb 27. 2024

매몰된 아이디어

인지 편향 회고


1년 전 묵혀두었던 아이디어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아이디어는 '사용자가 진짜 떠나가지 않고 쓸만할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유저 저니맵을 수십 번, 수백 번 그려보면서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획서로 다듬으며 기능들을 붙이고 정리했다. 완벽하다!(라고 생각했다)



새벽 3~4시까지 기획서를 작성하고 뿌듯해하며 잠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서 뭔가 찜찜함이 갑자기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바로 컴퓨터를 켜고 만들려는 아이디어를 검색해 봤다. 누군가 내 아이디어와 매우 흡사한 프로덕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장과 타깃은 같았지만 주요 기능이 약간 달랐다. 스크롤을 좀 더 내려보니 또 비슷한 제품을 만든 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주요 기능이 달랐다. 


1년 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진행한 데스크 리서치 내용을 다시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차! 내가 '당연히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한 기능이 사실 유저에게 필요한 기능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저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내 머릿속에 이미 박혀버린 아이디어에 매몰되어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위에 언급한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팀들은 유저가 필요로 했던 내용대로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하루종일 머릿속은 카오스 상태였다. 정리도 되지 않을뿐더러 1년 동안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며 성공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한순간 무너져버렸다. 사람들은 분명 A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왜 나는 B라고 착각했을까? 바로 인지 편향이다. 내 경험에 의한 추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잘못된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고 그 아이디어가 반드시 성공할 거라 오판을 한 것이다. 


분명 이걸 깨닫기 하루 전만 해도 팀원이 '이건 A네요.'라고 말해줬지만 '응 이건 달라'하면서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3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 눈에 그렇게 잘 보였는데 막상 주체가 내가 되어 보니 사람말이 안 들리고 시야가 좁아짐을 확실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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