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돼요
화를 잘 내는 편은 아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하지만 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억울함, 짜증, 분노가 뒤섞여
마음이 들끓는 날이 있다.
그 감정을 애써 눌러 삼키고,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 보면
결국 나만 더 지쳐 있었다.
화를 억누르면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기력으로, 자기 비난으로,
때로는 관계의 틈으로 모습을 바꿔
조용히 나를 흔들기 시작한다.
나는 오랫동안
화를 내는 건 미성숙한 사람의 행동이라 배워왔다.
참는 것이 어른스러운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화를 느끼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그 감정에도 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화를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엔
어느 날 갑자기 ‘빵’하고 터지곤 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폭발하고,
그동안 쌓아둔 감정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날도 그랬다.
가까운 사람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이 확 무너졌다.
말투는 날카로워졌고, 목소리는 커졌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왜 저렇게 말했지?”
“좀만 더 참을 걸 그랬나…”
“결국 또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건 아닐까?”
그 후로 나는
내 감정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시작했다.
화를 억누르지도, 바로 쏟아내지도 않고,
그저 잠시 멈추는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화를 느낄 때면
이제는 내 마음에 먼저 말을 건넨다.
“지금 화나는 건 당연해.”
“참기 싫은 것도 당연해.”
나의 반응을 정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뭐가 그렇게 속상했어?”
“어떤 말이 마음에 걸렸어?”
“지금, 네가 정말 바라는 건 뭐야?”
이 질문들을 던지고 나면
감정의 실마리가 하나씩 드러난다.
화의 대부분은 순간적인 분노가 아니라,
쌓였던 서운함, 피로감,
인정받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감정적으로 반응했을 상황에서
그날은 잠시 조용한 공간으로 물러났다.
핸드폰 메모장을 꺼내 들고
감정을 써 내려갔다.
‘답답하다’
‘무시당한 것 같다’
‘인정받고 싶었다’
그 단어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음 날,
내 마음을 상처 주지 않는 말로 전할 수 있었다.
화가 아닌 마음으로 전하자,
상대의 반응도 다르게 돌아왔다.
그 경험을 통해 배웠다.
화를 잘 참고 사는 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
화를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지금도 화가 날 때면
곧바로 반응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단 몇 초라도 멈춰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관계가 덜 상하고,
내 마음이 덜 다친다.
화를 억누르지 않아도 괜찮고,
화를 바로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이해하고,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들여다보는 태도다.
화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화는 지키고 싶은 것,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려주는 감정의 신호다.
그래서 화가 날 땐
억누르지도, 터뜨리지도 않고
잠시 멈춰보기로 한다.
그게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돌보는 방법이다.
나에게 건네는 말걸음
화는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이 화는, 나에게 어떤 경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