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무지

by 김찬집


꿀벌의 무지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개 짓을 함으로써 정말 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말인지 모르지만,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꿀벌의 무지와 같은 것이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대학 다닐 때부터 글을 쓰기는 곧 영어로 쓰는 것을 의미 했고, 한 번도 우리말로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지거나 훈련을 받아 본적은 없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거의 의도적으로 책도 우리말로 된 것보다는 영어로 된 것을 많이 읽었고,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지금도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영어이다.

그러나 나는 꿀벌과 같이 그냥 무심히 날개 짓을 한다. 그러므로 나의 글은 재능이 아니라 본능이다. 그래서 머리 속에 있는 말보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고르지도, 다듬지도 않고, 생긴 그대로 투박한 글로 옮긴다.

생활반경과 경험이 제한되어 있는 까닭에 내 글의 소재는 대부분 나의 자산이다. 문학을 공부 하지만 창의력이 부족하여 나 자신 의외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곧 글은 사람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그래서 이글들은 바로 나다. 발가벗고 일반대중 앞에 나선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의 악몽은 항상 내 몸과 다리를 지탱해주는 목발, 그리고 보조기와 연관 된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길바닥에 앉아 있고, 사람들은 길을 가다말고 나를 처다 본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지만, 목발과 보조기 없이는 꼼찍도 할 수가 없다.

이 글들을 책으로 엮으면서 꼭 그와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나는 땅바닥에 앉아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나를 애워싼 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얼른 일어나 도망가고 싶지만 일어설 수도, 도망 갈 수도 없는 당혹감, 너무 부끄러워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책을 읽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재능도 재주도 없으면서 “꿀벌의 무지”만으로 쓴 글들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불 성설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날지 못하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날개 짓을 하기 시작한 나의 무지와 만용에 스스로 갈채를 보낸다. 못한다고 아예 시작도 안하고, 잘 못한다고 중간에서 포기 했다면 지금 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 실린 글들중 상당수가 원간지 <샘터 >에 실렸던 것 들이다. 5년 전 내게 처음으로 우리말로 글쓰기를 청탁하여 어설픈 날개 짓을 시작하게 해준 샘터사의 이영희 씨에게 감사한다.+또 내 글 속에 등장하는 나 다음의 주인공들, 기동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선생의 제자리. 그래서 나는 큰소리로 외친다.

“아버지, 이 책 어때요? 괜찮게 썼어요?라는 이유로 걸핏하면 내글의 소재가 되는 우리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르치는 일은 그들의 영혼을 훔쳐보는 일이고, 그래서 나는 그들의 영혼의 도둑이다. 그들의 젊고 맑은 영혼 속에서 나는 삶의 보람과 내일의 희망을 는 글거리를 찾는다.

그리고 이 찬란한 세상에서의 나의 존재이유를 마련해 주신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살아계실 때나의 아버지 (故 장왕록 박사)는 영어든 우리말이든 내가 쓰는 글들을 가장 먼저 교정봐주시는 열렬한 독자였다.

그리고 글이 마음에 드시면 말씀 하시곤 하셨다. “너 그것 괜찮게 썼더라.” 영혼도 큰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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