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찬집 May 20. 2019

산타아고 순례

산타아고순례이야기 읽으면서

카미노 데 산티아고.’ 우리에게도 ‘산티아고 길’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이 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순례길을 말한다.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 바로 ‘산티아고’다. 목적지는 한곳이지만 순례길의 코스는 여러 가닥이다. 영국 순례자들이 걷던 길인 ‘카미노 잉글레’가 있고, 포르투갈 사람들이 북진하는 길인 ‘카미노 포르투게’가 있으며, 프랑스 순례자들이 걸었던 ‘카미노 프란세스’도 있다. 1000년 동안 무수한 이들이 기독교 순례길인 이 길을 지팡이를 짚으며 걸었다. 지금도 한 해 3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그 길을 걷는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 길을 걷는 것일까. 어떤 목표와 동기가 있으며, 왜 순례길을 걷기만 하면 애초의 목표는 달성됐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산티아고 길 순례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면 그 변화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길을 걷고 난 뒤에 왜 어떤 이는 내면의 변화로 다른 사람이 되고, 다른 이는 걷기 이전과 똑같은 삶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 모든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있는 것 같기만 하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야기하는 책은 전혀 새롭지 않다. 재방송되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산티아고 길’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된 책만 줄잡아 100여 권에 육박한다. 산티아고 순례가 유행처럼 혹은 로망처럼 소비되면서 책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순례길 정보를 담은 가이드 북부터 그 길을 걷게 된 사연과 완주한 감상까지를 담은 수필집이나 여행기까지 책의 내용은 다양한 것으로 생각된다. 혼자 간 여행기도 있고, 아내와 함께 간 여행기도 있으며, 아홉 살 아들과 길을 걸은 감상을 쓴 책도 있다. 길 위의 성당과 마을을 모아 낸 책도 있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써냈지만,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간추려보면 도시에서의 바쁜 생활에 지친 삶과 두 발로 순례 길을 걸으며 받는 위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천편일률적인 데다 도대체 독자들이 왜 그걸 읽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의 일기장 같은 수준 미달의 책들도 적잖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새로운 책에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번 읽은 이 책은 감명 있게 읽었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이며. 산티아고 길을 여러 번 순례한 그는 순례자 숙소에서 1년 넘게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길에서 만난 수많은 순례자를 인터뷰하고, 유형을 분류하고 행태를 분석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1800년대 중반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겼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각광받는 여행지로 부상하게 됐는지, 순례길 걷기가 종교 여행 차원을 벗어나 중산층의 ‘의미 있는 여가’로 받아들여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개인적·사회적 목표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게 됐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담겨 있다. 더불어 저자는 숙소 운영시스템과 타인과의 교유 방식, 순례자들의 참여과정 등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오랜 걷기의 육체적 고통과 피로가 순례 길

작가의 이전글 어느 가정의 가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