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스 Nov 12. 2020

8월에 태어난 쇼에게

생일에 부쳐

참 더울 때 세상에 나와 고생 좀 했겠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하겠어요


10대에 홀로, 이 각박한 서울의 밤을 지냈다고 하니

참 쇼의 여린 마음이 더 보이는 것 같기도 하여

짠한 감동입니다


애써 만 28세를 따지려 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20대의 끝자락에 있어서


마음만 가지고는 사랑만 가지고는

세상이 돌아갈 순 없구나 하고 깨닫고 있기도 하여

더 슬퍼지기도 합니다


그런 세상은 원래도 없었겠지만

정이 많다는 소리를 들어온

우리같은 사람에겐

하루하루가 안타까운 일이 가득입니다


걱정하는 건 또 많아서

새는 저렇게 머릴 박고 죽어대는지

고기는 맛있는데 소는 죽겠구나 생각한다던지

자기 아픈 건 생각없고 남 아프단 말에 속이 탄다던지

이렇게 살아와서 우리 둘 다 얼굴이 검은 것은 아닌지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기 전에 지난 날을 돌아본다면

남는 건 사람 뿐이고 사랑 뿐이고 할 것 같아서

우리는 다시 사람 좋은 일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도 재주겠지요

이젠 확실히 좀 더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건드려 봐도 좋겠습니다


이따금 쇼가 지은 집 데크에서

펑버짐한 갈색 계열의 옷을 입고 기타를 치고 있는

쇼가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씩 남들이 알아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쇼가 하고 싶어 하는 일, 하려는 일을

사람 좋은 사람이라서  

참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알아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쇼는 행복하게 잘 살 겁니다

제가 쇼를 잘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잘 삽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공부는

우리가 더 세상에 지기 전에 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저도 얼른 잘 살겠습니다

쇼가 그랬듯 저도 힘들면 연락할 수 있게 든든히 살아내겠습니다.


다행히 이런 아픈 때에 쇼가 있어서

마음이 한결 따듯해서 글이 써집니다

 

태어난다고 고생 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세상은 측정할 수 없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