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どこか、また、海の彼方で
어딘가, 또, 바다의 저편에서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상실로 인한 방황과 아픔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사랑과 행복을 영원한 기억으로 이어간다. 사노는 상실의 아픔에 몸부림친다. 사사건건 불만스럽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여행을 함께 온 친구에게 무례한 행동까지 하고야 만다. 그가 괴로운 이유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렇다. 그는 아내를 잃었다. 사노는 5년 전 아내를 처음 만난 호텔에 간다. 그는 아내가 잃어버린 빨간 모자를 찾아 헤맨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것이 있을 리가 있나 싶은데 그럼에도 사노는 비슷한 색이라도 보이면 자신이 찾는 모자 그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 호텔이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쯤에 바비 다린의 ‘Beyond the Sea’ 노래의 흥얼거림이 시작된다. 영화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사노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풍경은 영화 시작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그들은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곳에서 그들은 둘만의 암호를 만들어낸다.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만들어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819호 호텔키, 하이라이트 멘솔 담배, 라이터, 호텔 볼펜, 편의점 앞 컵라면, 빨간 모자 등등.
어쩌면 너무나 평범해 결코 특별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이 두 사람에게 영원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이 현실적이면서도 묘하게 느껴져 좋았다. 아주 사소한 사물로 인해 그 기억이 선명해질 때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끼는 물건을 내게 주었을 때라든지, 무심코 ‘귀엽다’라고 했는데 선물로 그것을 받게 되었을 때라든지, 함께 공유했던 줄 이어폰이라든가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시절에 자주 피웠던 특정 담배의 포장이나 냄새라든가, 때로는 그런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각자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슈퍼 해피 포에버’다운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다.
“컵라면으로 이런 기분이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겠다! “
이 말을 하는 순간과 듣는 순간은 영원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서로 맛이 다른 컵라면을 바꿔 먹으며 새어 나오는 행복한 웃음에서 전해지는 여름밤의 그 완전함이란. 그 순간은 정말이지 영원히 사랑스럽다. 이 영화에는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도, 상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찾아 헤매던 것에 대한 확실한 결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영원한, 여름이 있고, 사물이 있고, 기억이 있고, 행복이 있고, 사랑이 있다. 상실의 아픔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억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결코 그것으로 대체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원의 행복과 기억이 존재한다는 건 역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속성을 만질 수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 들을 수 없는 것을 맴도는 노래처럼 재생시키는 것, 어떤 기억을 영원으로 귀결시키는 것,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와 영화관 앞에서 파는 계란빵과 땅콩과자를 사 먹었다. 겨울날 입안에 넣은 계란빵은 짭조름했다. 손에 남아 있는 계란빵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어쩌면 영화를 같이 본 남편과 나에게도 영원의 기억이 하나 생긴 것 아닐까. 그날만큼은 그런 순간을 영원으로 저장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노가 찾던 빨간 모자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거기에 두고 온 것이 아닐까. 영원하기 위해서, 영원히 행복해지기 위해서.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이 낭만적인 건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끝이 보이지 않기에 끝나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은, 어떤 순간이 끝을 내고도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이 영화에서 그런 마음을 본 것 같다. 사노가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은 너무나 깨끗하고 맑고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상실로 시작되었지만 영원한 행복으로 끝나는 이 영화를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다.
어딘가, 또, 순간의 저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