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연주와 공연장을 묻는다면

국내에서는 이제 부천아트센터를!

by 조은


세계에는 수많은 클래식 공연장들이 있다. 국내만 해도 그렇다. 클래식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그럴듯한 공연을 보려면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을 가야 한다는 오해가 있었는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니 잠실의 롯데콘서트홀부터 각 지역의 아트센터, 시민회관들에서 다양한 공연들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역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공연들은 가격도 저렴해서 공연을 자주 보러 가기에도 부담이 적다. 막연히 클래식 공연은 비쌀 거라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적게는 5천 원, 많게는 3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상당한 퀄리티의 공연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매번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기에는 부담이 되어 지역 시민회관에서 진행되는 공연들을 다수 보러 갔었다. 사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기대치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티켓값이 저렴하다고 해서 공연의 만족도가 낮아지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티켓값이 올라간다고 공연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만족도 높은 공연을 이야기하려면 최근에 다녀온 부천아트센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부천아트센터는 개관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과 음향에 대한 후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완공되기 전부터 기대가 컸던 나는 부천아트센터의 공연을 다수 예매해 놓았다.



지난주엔 부천아트센터에서 3번째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왔다. 이번에 관람했던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를 주제로 한 교향곡 1번과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고자 올해는 유독 라흐마니노프 곡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클래식 입문 계기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인 만큼 다른 피아노 협주곡도 즐겨 들었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게다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은 그의 작곡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인 만큼 더욱 궁금했다. 워낙 혹평을 받았다길래 그만큼 듣기 힘든 걸까 걱정스러웠는데, 현재에 와서 듣는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곡을 알게 되었다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어딘가 불안하고 우울함이 느껴지는 멜로디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몇 번 듣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특히 각 악장의 첫마디가 같은 구조로 시작되나 다르게 전개되는 점이 재밌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곡 같지만 각 악장의 분위기가 엄연히 다르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다양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현장에서 들을수록 오케스트라에서 '관악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아쉬움이 남을 때면, 관악기 파트에 대한 아쉬움과 연결돼서일까?



그만큼 지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유독 마음에 들었던 이유 역시 관악기 파트에 대한 만족도와 연결된다. 아무래도 그전에 감상했던 공연에서 관악기 파트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나 보다. 1부 피아노 협주곡에 비롯해 2부의 교향곡 4악장이 진행되는 내내 관악기의 소리가 너무나 깔끔했다. 각 악기가 어긋나는 부분이 없이 조화를 이뤄 한 곡을 완성했다. 완성도 높은 연주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그 악기의 소리들이 부천아트센터 공연장이 가진 음향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아, 이래서 음향이 좋다는 거구나!



공연장 곳곳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는 음향과 악기들의 조화 속에 앉아 있다 보면 절로 벅차올랐다. 특히 행진하는 느낌으로 시작되는 4악장의 도입부가 그랬다. 대장정을 향해 가는 듯한 느낌. 악기들의 웅장한 향연에 종종 소름이 돋았다.



사실 유럽에 다녀온 이후로 어쩔 수 없이 기준치가 높아져서, 국내에서 본 공연에 크게 만족을 못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공연을 계기로 그 마음이 달라졌다. 부천아트센터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다면 언제라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티켓값도 가장 좋은 자리가 3만원 밖에 안 해서 매우 저렴하다.)





아직 국내에선 7군데 공연장 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왠지 그런 예감이 된다.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콘서트홀이 될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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