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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re Oct 13. 2023

길 위에서 인생의 길을 찾다. - 유럽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그리고 미켈란젤로를 만난 그곳 - 바티칸

내가 미켈란젤로라는 예술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중학교 수업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술가들에 대한 수업을 듣던 중, 화가이자 조각가이기도 했던 미켈란젤로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고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천장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다.

약 4년 6개월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작품이었다.

이어서 여러 가지 시대적 배경과 그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그런 학문적인 배경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록 사진으로 접한 것이긴 했지만, 성당 천장 전체에 그려진 그림의 웅장함과 본인의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완성해 낸 한 인물의 집념과 열정에 대한 존경심이 이는 것과 동시에 호기심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언젠가는 꼭 내 눈으로 직접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바티칸 입구


그날의 다짐은 마음 한구석에 늘 남아 있었고, 후에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다려지고 기대하게 된 곳이 바티칸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대부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바티칸은 기대 이상이었던 곳이다.

위치상으로는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하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로 불린다.

흥미로운 사실은 바티칸 우체국의 우편물은 유럽 전역에서 가장 빠르게 처리되는 반면, 로마의 우편물은 유럽에서도 아주 늦은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바티칸에서 기념엽서를 구매해 우편을 보내면 대부분 여행이 끝나기 전에 우편물을 받아 볼 수 있지만, 로마에서 우편물을 보내면 여행이 끝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받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그저 성벽 하나로 구분되는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새삼 ‘확실히 다른 국가가 맞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티칸 내부는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처음 가는 사람은 데이투어를 이용해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내부의 복잡함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낮은 편이기에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도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들어가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시스티나 성당 바닥에 누워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만 보다가 나오고 싶었지만, 일행들과 같이 움직여야 하는 투어 프로그램 특성상 바티칸에 입장하고도 두어 시간이 지나서야 그토록 바라던 천장화를 볼 수 있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투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하루종일 바닥에 누워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는 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만히 서서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기에 관리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사실, 내가  그토록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했던 건지 구체적인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그저 미켈란젤로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4년 반에 걸쳐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완성했다는 그 사실 하나에 꽂혀 언젠가는 반드시 직접 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만 있다. 그런데 그토록 원하던 작품을 직접 보고 미켈란젤로라는 한 인물에 대해 알게 되면서는 그냥 그 인물 자체에 매료 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천재적인 재능과 거기에 더해진 완벽주의자적인 성향과 성격, 그로 인해 드러나는 그의 까칠함.

더구나 천장화는 시대의 명작을 만들어 보겠다는 대단한 의지도 아니었고, 작품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있어 시작한 것도 아닌 그저 교황의 지시로 인해 시작한 작업일 뿐이었다. 반감을 가지면서도 작업을 시작했고, 시작한 이후에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했다. 곱사등이처럼 등이 굽고 눈은 거의 실명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서도 4년 반 동안을 천장에 매달려 작품을 완성했다.

상황과 배경은 본인이 원한게 아닐지라도, 작업에 들어가면 완벽해져야만 하는 그의 성향과 그 결과물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상처로 인해 많은 시간을 방황하며 안주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던 나에게는, 어느 한 가지에 몰두에 수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그저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겨나는 존재였다.




피에타




유럽여행을 준비하며 바티칸에 가는 것을 가장 기대했고 사진으로만 보던 천장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기대하며 찾아갔었지만 바티칸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천장화뿐만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조각상과 그가 설계한 구조물, 근위병의 제복 디자인등 다양한 방면으로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그의 천재성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특히나, 대리석을 깎아 만들었다는 조각상 '피에타'는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단하고 훌륭한 작품이었다.

미켈란젤로가 20 초반에 교황의 주문으로 만들게 되었는데, 작품을 만들어낸 그의 나이도 믿기 어렵지만 성모 마리아에게 안겨있는 예수 몸의 핏줄과 근육이 표현된 모습 또한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했다.

처음 이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에 감탄을 하며 당연히 이름 있는 조각가의 작품일 거라 예상했고, 과연 누가 만들어낸 작품인지 궁금해했다고 한다. 당시에 유명했던 예술가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몇몇 사람들은 당연히 그들이 만들었을 거라 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켈란젤로는 늦은 밤 성당에 몰래 들어가 작품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게 된다. 자신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낸 작품인데 어리고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작품인 것처럼 소문이 나기 시작하니 자신을 알리고 인정받고자 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마음이었겠지만, 이름을 새겨놓고 나오던 미켈란젤로는 이내 후회했다고 한다. 이름을 새겨 놓고 성당을 나서던 그의 눈앞에 달빛과 별빛이 반짝이며 대지를 비추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해 낸 하느님도 있는데, 내가 너무 간사하고 하찮은 생각을 했구나.' 싶은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을 후회했고 그 뒤로는 그 어떤 작품에도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조각상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서명이 들어간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다.




방탄유리벽 안에 전시된 '피에타'



'피에타' 조각상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방탄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티칸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미술관에 전시된 많은 조각상들은 상당 부분 보호장치는 물론이고 그 어떤 가림막도 없이 야외에 있는 그대로 노출되어 전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연채광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 시간에 따라 조각상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전시를 한다고 하는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성당 안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 방탄유리벽으로 막혀 있다.

그  이유는 1970년대에 조각상을 관람하던 관객 하나가 '피에타' 조각상을 망치로 부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작품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지질학자로 알려진 헝가리 출신의 한 청년이 '내가 부활한 예수다!'라고 소리치며 쇠망치로 조각상을 여러 번 내려치면서 조각상 일부가 훼손되었고, 그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조각상을 훼손한 범인은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은 후 처벌을 받는 대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여겼으나 일각에서는 스탕달증후군 반응으로 인한 사건이라고 보기도 했다.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호흡곤란과  전신마비 등의 증상까지도 겪게 현상을 말하는데,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단한 작품을 보며 흥분 상태에 빠지는 것과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과 거기에서 나아가 본인을 예수라 칭하며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작품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면서 흥분을 하고 놀라움이 생기는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정 여행지나 예술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하기도 쉽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 미켈란젤로의 예술 작품은 몇 년간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기대감 이상의 경이로움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더구나 삶에 대한 의지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순간 만난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자신의 삶을 내건 듯이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열정과 그 열정이 완벽한 결과물로 발현될 수 있게 만드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 대한 놀라움과 존경심이 일었다. 상처와 아픔이 있다는 이유로 그저 그 상황과 처지에 빠져 무기력해져 가기만 하던 나는 그와는 다른 의미로 삶을 내던지고 있었기에 스스로가 부끄럽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의한 그 당시의 순간적인 감정이었기에 그 감정과 생각이 오랜 시간 지속되지는 못했으나 그 이후에도 한 번씩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빠져 들 때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접하며 느꼈던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떠올린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거장의 삶을 내 상황에 빗대어 견줄 수는 없겠지만, 그때의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까지도 한 번씩 무너지고 나약해지는 내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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