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재량휴업일
최근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하여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키자는 의견들이 제안되었고 현재 수많은 교원들이 동참할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젊은 교사의 죽음을 내일처럼 여기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의 위험에 처해 있는 학교의 현실을 바꿔보고자 함께 뜻과 마음을 모아 한 목소리로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교권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권이 추락했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회자되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나를 아는 이들도 선생님들이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지 몰랐다며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시고 있다. 교권 회복을 넘어 교육을 두고 언제든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갈등의 원인들을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토요일, 시간적 여유가 되어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들을 살펴보며 나름 마음에 와닿는 기사들을 정리해 보았다.
경향신문의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골자는 이렇다. 의무보다 권리를 주장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의무가 없는 권리의 절대화는 권리를 이기적인 ‘권력 수단’으로 변질시킨다. 실효적 교권 침해 대책은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권리의 조건인 ‘의무’를 복원하는 일이다."
학부모, 교사 모두 똑같이 권리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한다면 지금의 일들은 일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한겨레 신문의 '교권추락, 각자 자기 자리에서 성찰합시다' (이경수, 강화도 주민 )의 아래 글귀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두고 성찰할 내용이다.
"악성 민원을 내는 학부모님, 교사에게 오로지 당신 자식만 떠받들기를 요구했습니다. 내 자식 기죽이지 않고 키우겠다고요? ‘기’도 필요할 때 꺾일 줄 알아야 죽지 않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 만세를 부르셨지요? 아이 한둘 돌보기에 너무 힘드셨지요? 담임교사는 온종일 그 아이들 수십 명을 가르치고 돌보며 삽니다."
"이번에 교사들도 한 번쯤 자신을 돌아봤을 겁니다. 나는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초심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와있는지, 바른 교사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선생님, 교권을 바로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국회의원도 교육감도 아닙니다. 바로 당신, 교사입니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두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간, 학교 안에서는 학교장(교감)과 교사 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시휴업일 지정을 두고 서로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그래도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과 '연가, 병가를 통한 우회적 파업을 통해 법이 개정되도록 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급기야 교육부는 법의 잣대를 내밀며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학교 임시 휴업은 초중등교육법에 아래와 같이 명문화되어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4조(수업 등) 4항 학교의 학기ㆍ수업일수ㆍ학급편성ㆍ휴업일과 반의 편성ㆍ운영, 그 밖에 수업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휴업일 등) ①법 제24조 제4항에 따라 학교의 휴업일은 학교의 장이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법 제31조 제1항에 따른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며, 토요일, 관공서의 공휴일 및 여름ㆍ겨울 휴가가 포함되어야 한다. <개정 2001. 3. 2., 2019. 9. 24., 2022. 3. 22.>
②학교의 장은 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임시휴업을 할 수 있다. <개정 2022. 3. 22.>
③ 학교의 장은 제2항에 따라 임시휴업을 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관할청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신설 2022. 3. 22.>
종합하면, 학교 재량휴업은 학년 초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학교별로 결정하게 된다. 학교장의 권한이지만,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상 비상재해 등 긴급 상황이 아니면 학기 중에 새롭게 재량 휴업일을 지정할 수 없다.
이미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내놨다. 큰 골자는 세 가지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 유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철저한 보호 △교원과 학부모의 소통관계 개선 등 크게 3가지 기본방향으로 압축된다.
교사들이 수업을 방해받는 위급한 상황에서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교실 안 또는 밖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된다. 또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게 되고 학교장이 사안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징계받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조처도 신설된다.
단순한 요청은 민원 대응팀이 직접 처리하고, 교직원 협조가 필요한 사안은 교직원이 처리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교육활동 침해 가능성이 높은 민원은 학교장이 책임지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교원에게는 개인 휴대전화로 들어오는 민원 요청에 응하지 않을 권리가 부여된다.
학부모는 앞으로 자녀가 갑작스럽게 결석해야 하는 경우에도 교원 개인에게 연락해서는 안 된다. 학교 민원대응팀을 통해 학교에 연락해야 한다. 결국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이끌 학교 내 교감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감의 역할이 더 늘었다!
경향신문의 채효정 님의 글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교사 집단 내부에 존재하는 지위 격차와 차별의 구조도 눈감을 수 없는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사, 나이 많은 교사와 초임 발령자, 교사와 교육공무원, 교사와 돌봄 전담사, 일반 교사와 보건·영양교사 등 특수교사의 관계는 수평적이지 않다. 일터를 지옥으로 만드는 일의 대부분이 이 구조 안에서 일어난다. 가해와 피해의 구조는 학부모와 교사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이런 학교에서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 강자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매일매일 보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오늘도 인디스쿨>의 후기에 남긴 글을 다시 살펴본다.
단위 학교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수많은 교사가 학교 밖 인디스쿨에서 목마른 갈증들을 해소해 갔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다행히도 인디스쿨이 존재하기에 지금도 고민과 도전과 변화를 쏟아내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는 곳, 경력이 부족하다고 낮게 보지 않는 곳, 이상한 생각조차도 끝까지 들어주는 곳,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인디스쿨이기에 입소문을 타고 인디스쿨로 가입하고 꾸준히 방문한다. 학교도 그런 곳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학교란 건물이기도 하지만 교직원 개인 개인이 곧 학교라고 본다. 선생님들이 편하게 물어올 수 있는 대상, 실험적인 시도조차도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 고민과 갈등을 들어주는 사람이 된다면 학교는 참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다.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학교, 그러면서도 함께 하는 공동체성을 꾸준히 유지해 갈 수 있는 학교라면 즐겁고 편하게 출근할 수 있는 학교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