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1년 차 때 크고 작은 실수들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수한 것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신기하게도 금방 잊어버린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이유다. 반면 잘한 것은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생생하게.
교감 3년 차를 맞이하면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실수한 것은 그때그때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023년 교감 실수 1
어제 작은 실수를 했다. 타 기관과 통화를 하던 중에 생긴 일이다. 그만 감정적으로 담당자와 대화를 나눴다. 교감으로써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섰던 것 같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말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순간 교감이라는 자존심이 발동한 것 같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전화했어야 했다. 버스 지나가고 난 뒤에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듯이 말도 한 번 내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교감의 실수라는 제목으로.
실수한 부분을 학교장께 말씀드렸다.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해 보신 교장님께서는 의외로 교감의 판단에 손을 들어주셨다. 뿐만 아니라 1학기 교육설명회를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칭찬까지 해 주셨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이런 분위기라면 소신 껏 일할 수 있겠다'
'교감의 판단을 신뢰해 주시는 교장님이 계시니 걱정 없겠다'
에이미 에드먼스는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뛰어난 리더 한 사람보다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성원들이 조직을 더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이 건강하다는 척도를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에 두고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생활할 때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경직된 조직의 분위기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두렵기 때문이다. 반면 발전하는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맘껏 두려움 없이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하고 기발한 생각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설명회가 있었다. 교직원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순서를 좀 더 다른 방법으로 하고 싶었다. 교장님께 보고하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판단해서 이색적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이전에는 교감이 교직원 전부를 소개했었다. 이번에는 방법을 바꿨다. 교감은 4개 부서의 부장과 행정실장만 소개하는 것으로. 나머지는 각 부서의 부장들이 직접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교직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부탁드렸다.
그렇게 기획한 의도는 부서의 책임자들을 공적인 자리에서 세워 주고 싶었다. 부담감은 있었겠지만 부서 중심의 자율적 학교 운영을 다시 각인해 주고 싶었다. 교직원을 소개할 때 각 부장님들의 특징이 드러났다. 교감이 의례적으로 하는 소개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끝나고 교장님께서도 참 좋았다고 칭찬의 한 마디를 남겨 주셨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부장님 한 분께서 교육설명회에 참석했던 학부모의 반응을 전해 주었다.
"우리 학교가 민주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학부모가 얘기한 '민주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좋은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변질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