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영하다.
11월이 되니 교감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오늘 토요일이지만 학교에 나왔다. 미리미리 하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주중에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다. 집중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토요일인데도 학교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통신 케이블 공사로 공사 관계자들로 조용할 틈이 없다.
교무실에 덩그러니 혼자서 일하는 느낌은... 그저 좋다.
행정실장님도 공사 관계로 나오셨는데 배고플 때 먹으라고 컵라면과 햇반을 주고 가셨다.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평소에는 교무실에 혼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늘처럼 교무실에 들어오는 사람도 없으니 인사하지 않아도 되고 주위에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옷차림도 가볍다. 나 홀로 집중해서 일하기가 참 좋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다가 책상 위에 놓인 11월 탁상달력을 보니 빈 공간 없이 빼곡히 글씨로 채워져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간이 까만색 볼펜 글씨로 가득 차 있다. 학교 행사, 출장일, 정기승급일, 학부모 행사, 교직원 복무, 제출해야 할 공문들.....
오늘은 11월 18일, 유일하게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날이다. 이렇게 달력 칸칸마다 빈 구석 없이 적혀 있을 정도로 11월은 잔인한 달이다. 세계 역사에도 우리 역사에도 그렇다.
4년 전 2019년 11월 인구 1,100만의 중국 산업도시이자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인 COVID-19가 나타났다. 1905년 11월 일본에게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당했다.
아무튼 2주가량 남은 11월, 일도 일이지만 건강 잘 살피면서 속도 조절하면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