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형 인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분이 있다. 그는 유배지에서 커다란 호수(성호)를 바라보며 책을 벗 삼아 시간을 보냈다. 유배지에서 지독한 독서가의 삶을 살았다. 사실 유배 생활이라는 것이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누구도 찾아오는 사람 없다. 먹을 것, 입을 것, 자는 것 모두 예전만 못하다. 남는 것이 시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남는다고 모두가 값지게 쓰는 것이 아니다. 유배의 삶, 격리의 삶일수록 자신의 삶을 포기하기 쉽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새벽의 삶을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 꾸준히 책 읽는 삶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바로 '성호사설'이다.
사설이라는 말은 '잡다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저작거리에서 내도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지식들을 모아 놓은 이야기다.
"남은 여가에는 글을 읽었고, 의심 나는 것은 기록해 두었으며, 그러고도 여가가 나면 편지에 답장하거나 부탁받은 글을 지었다" _18쪽
나도 새벽형 인간으로 산 지 10여 년 됐다. 성호처럼 독서로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지만 출근 전 집안일을 돕고 아이들 챙겨야 마음이 놓는다. 출근 전 3시간 전에 일어나기에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업무 모드로 돌입할 수 있다. 내 몸이 이미 가동되어 있는지라 업무 효율이 높다. 일찍 일어나니 당연히 일찍 잠든다. 삶의 스타일이 이렇게 선순환되니 건강도 챙기게 되는 덤을 얻게 된다.
오늘 새벽은 영하다. 몸은 움츠려들지만 마음만큼은 크게 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