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조정 대신들의 눈과 귀가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다는 점을 결코 잊지 않았다. 몸을 더욱 낮추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171쪽, 작가의 말 中)
저자는 "실족의 행간에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상상하며 이 책을 썼다. 세종의 새내기 시절인 집권 1~2년의 행적을 담았다. 그야말로 신규 임금 시절의 스토리다.
상왕으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던 아버지 태종과 비록 세자에서 폐위되어 쫓겨난 처지였지만 아직도 왕실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던 양녕대군 사이에서 긴장감과 불안함,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야 신규 임금 세종. 대부분의 신하들은 아버지 태종이 세운 사람들이었기에 세종의 집권 초반기에는 그야말로 조심조심 눈치를 보며 자리를 보전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 관리자도 마찬가지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라는 말은 소싯적 전설로 남아 있는 이야기다. 이쪽저쪽 다양한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서 욕 얻어먹기 안성맞춤인 자리가 학교 관리자의 자리다. 신규 임금이었던 세종의 입장이 공감이 된다.
신규 교감 또는 신규 교장으로 발령받아 간 학교에서 그립감을 쥐고 학교를 운영하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린다. 그전에 흘러왔던 학교 분위기를 익혀야 하고 학교 풍토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냥 지켜보아야 할 일 등을 구분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구성원들의 성향을 살펴보며 발령받은 다음 해에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기간이 발령받은 첫해다.
교감은 그 위에 교장이라도 있으니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건만 학교장의 위치는 참 외롭고 고민이 되는 자리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에 관한 공부가 필요한가 보다. 간혹 리더십은 다양한 변수가 많기에 직접 부딪쳐 보며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리더십에 관해 공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종은 늘 책을 끼고 살았던 임금으로 실록은 전해온다. 세종이 성군으로 불리는 이유는 적재적소의 인재 등용과 국내외 상황을 예리하게 판단하고 처방했던 국정 운영의 성과 때문일 거다. 국가를 움직여가는 그의 리더십의 근간은 아버지 태종의 코칭도 있었지만 대게 그가 책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이었을 것이다.
책 표지 그림처럼 하얀 비둘기를 전서구(전쟁 때 소식을 전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지혜를 형 양녕대군에게 배웠다. 집권 초반기에 '몸을 더욱 낮추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그의 태도를 실록의 한 문장에서 엿볼 수 있다.
자신의 말을 많이 하는 학교 관리자보다 교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학교 관리자가 지혜로운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