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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차에 좋은 책을 만났다.

by 이창수


우연히 검색하다가 5년 차 젊은 선생님이 교감으로 산다는 것을 읽고 쓰신 글을 찾게 되었다. 솔직하게 쓰셨다. 군 전역 후 신규 발령받은 학교가 만기가 되어 이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모양이다. 승진에 대한 생각이 있으신가 보다. 다음 진로를 고민하고 계신 것을 보니. 그러던 중에 아마 이 책을 읽으신가 보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란다.




5년 차 젊은 선생님께서는 교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하셨다. 선생님 말씀처럼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조차도 교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교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 교사들의 복무를 관리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싶다.




학교 내부에 있는 교사들도 그렇게 생각할진대 학교 밖 사람들은 더더욱 교감이 하는 일에 대해 전혀 모를 수 있을 것 같아 나라도 한 번 대한민국 교감 선생님들이 학교 안팎에서 어떤 일을 감당하고 있는지 알려야겠다는 심정으로 『교감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극한 직업 현직 교감의 일상을 솔직하게 글로 적어 냈다.




교감이 하는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것인지,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해 보아야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 5년 차 선생님에게 감히 조언을 드린다면 이렇다.




"넓고 편한 길이 아닌 좁은 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예전과 달리 앞으로 교감, 교장에게 요구하는 리더십은 남다르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이르면 이를수록 준비해야 되고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힘이 들더라도 그 속에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5년 차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로에 대해 이렇게 깊이 고민하시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도 이 책을 읽고 말미에 "나는 정말 이 힘든 길을 갈 것인가!"라는 말로 끝맺음을 하셨다. 이 책을 쓴 사람으로 애잔한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 교감으로 산다는 것을 쓴 책의 쓴 목적을 입증받은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든다.




아래는 5년 차 선생님이 블로그에 쓴 글이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을 꼼꼼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하다.


교감이 하는 일에 대해 그리고 훌륭한 교감에 대한 생각, 글쓴이를 칭찬한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



나는 초등학교 5년 차 교사이다.



군 전역 후 신규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첫 학교에서 좋은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며 1급 정교사가 되었고, 결혼도 하여 사랑스러운 아들도 얻었다. 이제 학교 만기라 아쉽게도 반드시 다른 학교로 이동해야 한다.



처음 내신을 쓰는데,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승진을 할 것인가?"



승진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다음 학교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본능적으로 승진을 하고 싶다. 명예욕이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에 맞는 위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대장이 중대장이 되면, 소대 규모 보다 더 넓은 중대 전체를 통솔한다. 마찬가지로 평교사로 20년 이상 근무를 하여 승진하면, 학급 보다 더 넓은 규모인 학교 전체를 관리한다.



하지만 명예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없다. 승진을 꿈꾸는 더 확실한 이유와 분명한 목표가 필요하다. 적어도 내 신념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은 준비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승진한다는 것은 결국 교감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감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교감이 하는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것인지,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차에 좋은 책을 만났다. 이창수 선생님이 쓴 《교감으로 산다는 것》이다.



현직 교감으로서 교감의 365일을 생생하게 담았다.






교감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다. 교감은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마이크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6쪽 중에서







중간 관리자로서의 교감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말이다.


책에서 말하는 교감은 아래와 같은 역할을 한다.



교감이 하는 일



중간 관리자 역할


주요 민원을 담당하고 처리(특이민원 포함)


학교 인력 채용 : 기간제 교사(강사), 교육 활동 인력, 차량 탑승 도우미, 은빛 지킴이 등


보결 담당


교사 복무 관리


교사 고충과 어려움 상담


교육 계획을 위해 기관과 연락하여 예산을 받고, 장소를 협조받음


교사 코치와 플레이를 동시에 해내는 플레잉 코치 역할


조직 운영


회의 진행


갈등 관리


외부 주요 행사 의전




각 항목에서 중첩되는 부분도 있지만, 정리해 보면 위와 같다.



내가 생각했던 교감 선생님은 교무실을 지휘 통제(?) 하며 교사들의 복무를 관리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해내고 계실 줄은 정말 몰랐다. 갑자기 본교 교감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과 충성심이 생긴다...!



하루하루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는(요즘은 주로 부정적인...!) 학교 현장에서 중간다리 역할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교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이라고 표현했나 보다.



그렇다면, 이 중대한 역할을 저자는 어떤 자세로 수행하고 있을까?


현시대 교감의 리더십은 무엇일지 생각하며 정리해 보았다.



현시대 훌륭한 교감이란



때로는 감정, 표정을 숨길 줄 아는 교감


교직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공론화하는 교감


학교의 일로 걱정하는 교감


인기와 명성을 쌓으려고 애쓰지 않는 교감


고독을 즐기며 이겨내는 교감


교직원의 부담을 덜어주는 교감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려는 교감


담임 선생님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교감


가끔은 자리를 비워 교직원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교감




위와 같이 책을 통해 교감의 역할과 이상점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삶이 나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이창수 선생님께 배울 수 있는 삶



다독과 기록의 삶


관계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삶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삶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


끊임없이 성찰하는 삶


일상에서 배움을 찾는 삶


배운 것을 나누는 삶(강의와 서적 선물, 블로그 운영 등)


꾸준한 체력 관리(마라톤, 조깅, 팔 굽혀 펴기 등)




《교감으로 산다는 것》 책을 통해 교감의 역할과 이상점을 살펴보며, 승진에 대해 더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책을 통해 정말 멋진 선배님을 만났다는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찾아뵙고, 함께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그나저나.. 나는 정말 이 '힘든 길'을 갈 것인가?!


아직도 모르겠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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