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이 틈틈이 책을 읽고 기록한 것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는 나에게 독서를 주제로 특강을 요청하셨다. 부담이 백배이지만 그 요청에 거절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독서를 주제로 모임을 하는 분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오늘 만나는 분들이야말로 정말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어 쓰시는 분들이다. 전문가로 현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책 읽기를 선택하신 분들이다.
소수의 작은 모임이지만 자발적으로 모이는 모임이니만큼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담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책 읽기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라는 독서 방법에 대한 나의 생각과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령대별로 책 읽기의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독서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전문직으로 계시는 분들은 단위 학교의 교사, 교직원과는 다른 결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책 읽기에 있어서도 차별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폭넓은 시각과 생각의 깊이를 키워야 하는 더 큰 과제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일들을 추진해야 하기에 감성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이라는 깊은 우물에서 시원한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책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생산적 책 읽기는 읽고 정리하고 실천하는 독서다. 읽기만 하는 독서는 당장 실무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읽지 않고 정리만 하는 독서는 당장은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지만 한계에 직면한다. 읽고 쓰는 일은 짝을 이루어야 한다. 읽는 것도 쉽지 않지만 쓰는 일은 더더욱 결단이 필요한 작업이다. 생산적 책 읽기는 고된 노동이다.
읽고 쓰는 일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통'에 있다. 소통은 물이 흐르는 대로 물길을 자연스럽게 터놓는 것이다. 물길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일이다. 막히지 않게 길을 만드는 과정이 소통이다. 억지로 물길을 돌릴 필요가 없다. 대화를 통해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은 곧 상대방을 알아가는 일에서 시작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특성을 알고 만날 때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람의 정서를 살피고 귀를 열고 들을 때 소통이 시작된다. 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미리 만날 수 있다. 많은 말보다 간단한 글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글쓰기가 소통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책 읽기를 통해 우리는 타자를 만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특별한 혜택이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67쪽.
특이민원이 골칫거리다. 최근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선생님 한 분도 특이민원으로 생을 달리하셨다. 특이민원은 일반 민원과 다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상식 밖의 민원으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방해한다. 민원인과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팩트보다는 감정을 먼저 읽는다. 진정성 있는 소통은 팩트보다 힘이 세다.
"베짱이 수컷은 암컷 단 한 마리와 소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하루 종일 뒷다리를 날개 가장자리에 비벼대는 중노동을 계속한다. 삶의 현장에서 소통은 이처럼 처절하다. 소통을 그저 한차례 시도한 다음 상대의 비협조를 불평하며 포기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소통은 될 때까지 악착같이 해야 한다."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최재천, 2017. 中
전문가는 누적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일상의 기록은 특별한 기록이 될 수 있다. 경험한 기록이 살아 있는 글이다.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기록하는 일은 필수 조건이다.
전문가는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 학교 안에 있는 교장, 교감도 그렇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고독과 함께 짝을 이룰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책'이다. 대게 교직원들은 학교 관리자의 고민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민을 교직원에게 풀어내고 싶지만 오해의 소지가 된다. 고민을 책에서 찾는 방법을 권한다.
감정을 쏟아낼 곳이 필요하다. 전문가일수록 여러 사람의 감정을 받아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감정을 받아낸 만큼 버릴 곳이 필요하다. 감정을 쌓아두면 병이 된다. 일상의 기록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근육을 유지하는 일이다. 우스갯소리로 재테크보다 근(筋) 테크가 슬기로운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고 하지 않나. 근육은 삶의 토대가 되고 무기가 된다.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삶의 무기가 된다. 나는 박웅현 작가처럼 책을 도끼 삼아 삶이 무뎌지지 않게 할 것이다. 책을 읽고 쓰는 삶은 근육과도 같다. 계속 단련시켜야 한다.
책을 읽고 쓴 글은 공개되어야 한다. 공개하는 일은 매일 글을 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글쓰기 근육을 키워가는 일이다. 공개하지 않으면 차츰차츰 쓰는 일을 게을리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공개하는 일은 두렵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만의 결심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공포하는 일이다. 매일 글을 읽고 매일 글을 쓰겠다는 용기다.
그동안 10여 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쓴 과정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듣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