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처방사의 독서법

by 이창수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일을 주로 한다. 병에 맞는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게 한다.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사도 의사에 비유한다면 학생의 학습 상태들 진단해서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맞춤식 처방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들어보셨나 모르겠다. 책 처방사.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책을 홍보하는 사람은 들어보셨을게다. 책 처방사라는 말을 생소할 것이다.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독자 수준에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책 처방사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사람이 있다. 독서는 취미 생활을 넘어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생활의 한 방편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슨 책을 읽느냐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엄청 많은 책들이 출간되는 현 상황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단한 독서가라고 하더라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 듯 인생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취향에 따라 나도 모르게 한 분야에 꽂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반대편에 있는 분야의 책을 읽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서 무슨 책을 골라야 하는지 망설일 때도 있다. 책 표지만 보고서 고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을 요약한 글을 보고 '이 책이구나'라고 감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 출판사를 기준 삼아 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받아 읽게 된 책도 그리 탐탁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 처방사가 책을 의뢰하는 의뢰인에게 책을 처방하는 기준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다. 사전 질문을 통해 의뢰인의 상황과 형편, 독서 수준, 욕구 등을 파악한다. 책 처방사는 의뢰인이 평소에 즐겨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인생 책이라고 하는 몇 권의 책들을 통해 의뢰인의 선호하는 독서 패턴을 발견한다. 진단이 끝났다면 처방을 해야 하는 단계다. 책 처방사는 본인이 읽는 책 중에 의뢰인에게 꼭 맞는 책을 처방한다. 책 처방사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으로 읽으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뛰어넘을 수 있다. 책 처방사도 이 효과를 톡톡히 활용한다. 의뢰인에게도 많은 책을 읽으려고 욕심내기보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하라고 권면한다.


책이란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신기한 도구다. 수많은 의뢰인들에게 꼭 맞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책 처방사에게 있다면 아마도 책을 처방해 주는 일을 즐겁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보다는 즐겨 책을 읽고 많은 양의 독서를 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책을 바라보는 관점, 책을 깊게 읽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의뢰인들이 의뢰하는 인생 책을 기분 좋게 처방해 준다. 책 처방사만의 독특한 독서 방법, 책 정리법, 서가 관리법 등을 『꽃 맞는 책』에서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르는 신기한 책 처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책 처방사만의 독서법, 참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서점 이름도 특별하다. '사적인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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