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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깊이 읽기

by 이창수

읽고 쓰는 일은 사람의 전유물이었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은 기계가 읽고 쓰는 일을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사람보다 더 잘 읽고 더 잘 쓸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대에도 독서가 필요할까?



지금은 정보가 과잉 생산되고 있다. 진짜 같은 가짜 정보가 더 진짜처럼 유통되고 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진득하게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보인다. 독서마저도 속독해야 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간다. 사람은 AI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



AI가 가장 잘하는 일은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듯이 반대로 사람이 가장 잘할 일은 AI가 따라잡을 수 없다. 독서도 그렇다. 독서의 목적은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독서를 통해 기존의 내 생각을 돌아보고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는 기계적인 책 읽기다.



인간다운 책 읽기는 깊이 읽기에서 시작된다. 깊게 읽기 위해서는 천천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의식을 가지고 읽는 것이다. 기능적인 책 읽기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깊게 읽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깊게 읽는 독서는 노동이다. 힘이 드는 일이다. 자신의 이해 수준을 넓히는 일은 고단한 뇌의 움직임이 동반된다.



깊이 읽기는 나의 시선을 타인의 관점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공감하는 읽기다. 고통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이다. 대강 읽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훑어서 건너뛰면서 읽어서는 상황과 맥락을 읽어낼 수 없다. 타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다. 깊게 읽기는 나를 비우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고통을 동반한다.



AI 시대에 오히려 독서가 더욱 필요하다. 기계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서, 인간다워지기 위해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서, 공감을 통해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 깊이 있는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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