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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을 만난 기쁨

예스 24 부산 수영구점에서

by 이창수

"옛 서점은 온라인 시대에 대응할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_ 권신영, 2023, 91쪽.


부산 출장이 있어 내려왔다가 잠깐 들렀다. Yes24 부산 수영구점. 한국인의 독서율, 책 구매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하나 서점에 들어오면 통계가 잘못 잡힌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학생, 더위를 피해 쪽의자에서 책을 보시는 할머님, 테이블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책을 탐독하고 있는 청년, 심심찮게 외국인들도 보인다.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책은 건재하다.



도시마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행사를 하는 곳이 있다. 예전에 대한민국 독서 대전이라고 해서 지방자치단체를 순례하며 독서 분위기를 조성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살고 있는 강릉에서도 독서 대전 행사가 있었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영국의 책 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_ 권신영, 2023



이 책에 의하면 영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책을 통해 지금도 세계 속에서 건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무려 342쪽 분량으로 이야기의 나라, 영국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영국을 대표하며 세계적인 저자인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아서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톨킨, 러디어드 키플링,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J.K. 롤링 모두 영국의 이야기 문화를 만든 장본인들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 장면은 아직도 전 세계인들이 기억할 정도로 이색적이었다. 대개 올림픽 개막식은 한 국가의 발달된 과학기술과 발전상을 보여주는 무대다. 이전 베이징 올림픽은 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한 화려한 개막식을 연출했다면 런던 올림픽은 책의 나라답게 스토리가 있는 '이색적'인 개막식을 연출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한 영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공연이었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이처럼 책, 이야기, 출판문화는 한 국가의 보이지 않는 국가 경쟁력이기도 하다. 보이는 기술과 유형의 자산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빛이 나는 무형의 자산, 문화의 힘은 누적될수록 가치를 발한다.



영국은 이미 19세기부터 저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더불어 출판인들의 상업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었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서점의 활성화도 무척 중요할 것 같다. 작가의 창작품인 책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서점이다. 예스 24 부산 수영구점처럼 인터넷 서점으로 잘 알려진 Yes 24가 오프라인 서점으로도 독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자리 잡은 것은 참 잘한 일이 것 같다. 언뜻 보니 중고책도 판매하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오프라인 서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낯선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서점을 만난다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과 같다. 물성이 있는 책을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서점에서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것은 무더위를 잠시 잊게 만든다.


문화가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고풍스러운 선물이라고 한다면 책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받는 이를 생각하며 고른 책 선물만큼 순수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기념일, 축하할 일에 서점에서 직접 고른 책으로 선물해 보는 문화를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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