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출장의 품격
낯선 세계와 사람을 만나다!
여행작가 박종인 님의 책 <여행의 품격>에서 다음과 같은 명문장이 있다.
"모든 사람이 사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여행길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눈곱만치라도 알고 떠났으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대부분이 사람들은 여행지에 얽힌 이야기보다 볼 만한 장소, 먹거리 등을 검색한다.
여행은 아니지만 제법 먼 거리로 출장을 왔다. 충청남도 천안이다.
천안아산역에 도착 한 뒤 숙소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택시도 탈 수 있고,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도시의 속살을 천천히 보고자 걷기를 선택했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대략 3킬로미터 거리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방향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중간중간 커다란 건물을 머릿속에 새겨 놓고 걸었다. 다행히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 다리가 아프면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갔다. 자그마한 정류장에도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는 것을 보고 놀랬다.
천안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다르게 지하도가 잘 구성되어 있다. 횡단보도를 최대한 줄이고 차량과 도보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계획한 듯싶다. 65만 인구라고 하는데 크게 번잡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운전하지 않고 걸어서 그런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떠난 출장의 묘미는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데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여유롭게 떠나온 날은 어김없이 도시 구석구석을 걷는다. 여행하듯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는 이렇다.
여. 행. 의. 이. 유. 는. 낯. 선. 세. 계. 와. 인. 물. 들. 을. 만. 나. 기. 위. 함. 이. 다.
낯선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는 익숙한 곳을 떠나야 한다. 나에게 익숙한 곳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이고 살고 있는 지역이다. 떠날 기회가 많지 않은 직장인에게 뜻밖의 장거리 출장은 낯선 세계를 만나는 도구가 된다. 천안아산역 KTX에서 목적지까지 걸어오면서 천안교육지원청도 만나고 유관순 동상도 만나고 우리 동네에만 있을 것 같았던 오래된 아파트 브랜드도 만났다. (한라, 쌍용)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꺼려지게 된다. 전국 단위 출장에서는 특히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처음 보는 인물들을 보게 된다. 원탁 테이블에서 1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5시간 이상 얼굴을 보며 토의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참관자의 역할이 아니라 주도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을 경우에는 긴장감과 함께 약간의 고통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출장을 통해 얻는 것도 많다.
가장 큰 유익은 새로운 도시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도시를 탐색하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걸으면서 눈으로 보는 거다.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어 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장면 장면들이 남게 된다.
이제 쓸쓸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오후 5시가 넘으니 햇빛의 세기도 좀 수그러든 것 같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먹고, 걷고 나면 피곤해지니 잠도 잘 잘 것 같다. 내일 토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