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 줄...
1982년, 일본의 도전
도쿄. 일본 통상산업성(MITI) 기자회견. 1982년 4월.
"제5세대 컴퓨터 시스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예산: 10년간 8억 5천만 달러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목표는?"
"자연어 대화. 시각과 음성 인식. 지식 추론과 학습."
"완성 시기는?"
"1992년입니다."
10년. 일본은 진지했다.
10개 대기업 참여. 후지쯔, NEC, 히타치, 도시바 등.
프로젝트의 중앙추진조직으로 전용 연구소 ICOT(Institute for New Generation Computer Technology) 설립.
프로그래밍 언어: Prolog
아키텍처: 병렬 처리
일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한번.
미국의 공포
워싱턴과 실리콘밸리가 충격에 빠졌다. 공포였다. 진짜 공포.
1980년대 초반 미국은 "재팬포비아(Japanophobia)"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점령했고 디트로이트가 무너졌다.
일본 전자제품이 세계를 지배했다. 소니, 파나소닉.
반도체도 빼앗겼다. 64K RAM 칩 시장의 70%를 일본이 점유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소련보다 일본이 더 무섭다."
미국 언론이 경고했다.
"일본이 AI를 지배하면?"
"경제 전쟁에서 질 것이다!"
스탠퍼드의 파이겐바움이 책을 썼다.
"The Fifth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Japan's Computer Challenge to the World" (1983)
"미국은 1990년대에 일본에 지식 의존적이 될 것이다. 1970년대 석유 위기처럼!"
공포가 워싱턴을 휩쓸었다.
1983년, 미국의 대응
미국이 움직였다. 빠르게.
MCC (Microelectronics and Computer Technology Corporation) 설립.
12개 기업 컨소시엄. 텍사스 오스틴. 예산: 연간 7천만 달러.
DARPA 전략 컴퓨팅 프로그램 발표.
예산: 6억 달러 (5년간)
AI 겨울? 끝났다. 돈이 쏟아졌다.
MIT, 스탠퍼드, 카네기멜론...
AI 연구소 확장. 박사과정 정원 증가.
1985년, LISP 머신의 황금기
AI 프로그래밍에는 LISP 언어가 필요했다.
존 매카시가 1958년에 만든 언어. 기호 조작에 완벽.
하지만 일반 컴퓨터에서는 느렸다.
해결책? LISP 전용 컴퓨터!
Symbolics, Inc.
MIT AI Lab 스핀오프였다.
3600 시리즈. 아름다운 기계. 대형 모니터. 특별한 키보드. LISP 운영체제.
성능? 일반 컴퓨터보다 10배 빨랐다.
가격? $70,000~$100,000
비쌌지만 팔렸다. 대학, 연구소, GM, Boeing...
Symbolics 의 전성기였다. 1985년 직원 1,000명 이상. 매출 1억 달러. 주가: 주당 $30
경쟁사들이 뛰어들었다. LMI, Texas Instruments...
LISP 머신 시장이 형성되었고, 모두 장밋빛 미래를 봤다.
1985년, 전문가 시스템의 확산
여러 분야로 전문가 시스템이 확산되었다.
의료: MYCIN, INTERNIST, CADUCEUS
산업: XCON, CATS-1, DELTA
금융: 신용평가, 사기탐지
지질: PROSPECTOR
1983년, 워싱턴 주. PROSPECTOR가 "몰리브덴 광상 가능성 90%"를 예측한 곳을 시추했다. 몰리브덴 발견! 가치: 1억 달러
AI가 돈이 되었다.
1985-1987년, 균열
하지만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 유지보수 악몽
DEC 본사, 1986년. XCON 팀 회의.
"현재 규칙 개수는?" "10,523개입니다."
규칙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80년에 480개에서 1982년 2,500개, 그리고 1986년에 10,000개 이상
"이번 주 변경 요청?" "47건입니다."
문제는 규칙 하나를 수정하면 다른 100개에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저번 주 CPU 규칙 하나 고쳤더니 전원 공급 영역이 망가졌습니다."
"어떻게?"
"모릅니다. 추적 불가능합니다."
"스파게티 코드보다 나쁩니다. 이건 안 보입니다."
2. 지식 획득 병목
IntelliCorp 지식 엔지니어가 의사 인터뷰 중이다. 1985년.
"이 증상을 보면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음... 이건 폐렴이죠."
"어떻게 아시나요?"
"그냥 알죠. 경험으로."
"더 구체적으로?"
"글쎄요... 20년간 봤더니 그냥 보이는 거예요."
암묵적 지식 (Tacit Knowledge)
전문가들은 알지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규칙으로 만들 수 없었다.
"6개월 인터뷰해서 규칙 300개. 하지만 전문가 실력의 20%뿐입니다."
지식 공학자 한 명이 시스템 하나 만드는 데 2-3년. 확장 불가능.
3. 깨지기 쉬움
전문가 시스템은 자기 영역에서만 작동했다. 조금만 벗어나면 무너졌다.
MYCIN 예시:
"환자가 박테리아 감염입니다."
MYCIN: "항생제 X를 권장합니다." ✓
"환자가 총상을 입었습니다."
MYCIN: "발열 증상이 있습니까?"
의사가 웃었다. "총알부터 빼야죠."
MYCIN은 몰랐다. 총알이 뭔지. 응급이 뭔지.
상식이 없다.
4. 학습하지 못함
XCON이 1,000번 구성. 1,001번째?
여전히 같은 규칙. 실수해도 안 배웠다. 1982년의 XCON은 1986년에도 여전히 똑같은 XCON이었다. 규칙만 늘었을 뿐. 지혜는 없었다.
1986-1987년, 붕괴의 조짐
1986년, LISP 머신의 새 경쟁자가 등장했다. Sun Microsystems 워크스테이션.
Sun-3는 범용 컴퓨터이고 Unix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성능이 좋아졌고 가격은?
LISP 머신: $70,000
Sun: $10,000
게다가 C 컴파일러가 발전하여 LISP를 전용 컴파일러가 아닌 C로 컴파일이 가능했다.
"왜 비싼 전용 하드웨어?"
Symbolics 매출은 하락했다. 1986년 $100M, 1987년: $75M
주가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Teknowledge, 1986년 말. CFO 분기 보고.
"수익 전년 대비 30% 감소."
"왜죠?"
"고객 불만입니다."
"시스템 너무 복잡합니다."
"변경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립니까?"
"유지보수 비용이 개발비보다 많습니다."
유지보수 불가능. 확장 안 됨. 비용 천문학적.
계약 취소가 잇달았고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또 거품이었어."
1987년 10월, 검은 월요일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
아침부터 평소와는 달랐다. 개장 전 매도 주문이 쌓였다. 엄청나게.
9시 30분. 개장.
다우존스 하락 시작. 빠르게.
10시: -100 11시: -200 정오: -300
트레이더들 패닉.
"팔아! 다 팔아!"
오후 4시. 장 마감.
다우존스: -508 포인트 (22.6%)
역사상 최대 낙폭.
검은 월요일.
전 세계 손실: 1조 7천억 달러.
AI 기업들?
Symbolics 자유낙하. Teknowledge, IntelliCorp... 폭락.
투자자들 전화 끊음.
"AI? 관심 없습니다."
검은 월요일은 전체 시장 붕괴였다. 하지만 AI 기업들은 이미 약해져 있었다.
균열이 있었다. 문제가 드러나고 있었다. 검은 월요일은 결정타였다.
투자는 얼어붙었고 연구비는 삭감되었고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았다.
대학원생들 이력서에서 "AI"가 다시 사라졌다.
"기계 학습", "지식 시스템"... 무엇이든. AI만 아니면.
두 번째 겨울이 왔다.
역사적 주석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일본 MITI, 1982-1992. 10년간 8억 5천만 달러. 목표 대부분 미달성.
Symbolics: MIT AI Lab 스핀오프. LISP 머신. 1980년대 중반 전성기. 1987년 주가 $30, 1990년 $3.
지식 획득 병목: 전문가 시스템의 최대 문제. 전문가의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 규칙으로 변환 극도로 어려움.
검은 월요일 (1987.10.19): 다우존스 22.6% (508포인트) 폭락. 역사상 최대 일일 하락률. 전 세계 손실 1조 7천억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