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물과 같은 존재는 누구일까?
장한나의 "The Swan" CD를 간직하며 언젠가 연주해보리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곡은 '생상스(Saint-Saëns)의 백조(Le Cygne)'이다. 스즈키 3권 실력이면 도전해 볼 만 하다. 악보를 처음 펼쳤을 때, 안도했다. 첼로 파트는 놀랍도록 단순했다. 빠른 음표도 없고, 복잡한 리듬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 선율 하나를 천천히 노래하는 형태.
물론 단순하다는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느린 곡은 숨을 곳이 없다. 음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오히려 활의 무게를 배우기에 좋은 곡이다.
초보자가 이 곡을 연주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있다.
우선, 활을 아껴 쓸 수 있어야 한다. 백조의 프레이즈는 길다. 한 음을 오래 끌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활을 다 쓰면 프레이즈 중간에 활이 다 떨어진다. 활의 중간 부분을 중심으로, 천천히, 아끼면서. 지루한 보잉 연습을 열심히 해둘껄. 후회스럽다.
그리고 드문드문 아주 높은 음을 짚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초보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인데, 한 옥타브 낮게 연주해도 그럭저럭 선율의 흐름은 살아있다. 하지만 수없는 반복 연습은 제 음을 제대로 짚을 수 있게 해주니 지레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자.
하지만 무엇보다 백조를 해볼만하게 만들어 주는 건 피아노다.
피아노 반주를 들어보면 피아노는 화음을 짱짱하게 짚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아르페지오를 흘린다. 찰랑찰랑, 찰랑찰랑. 끊이지 않는 호수의 물결 같은. 그 위에서 첼로가 선율을 노래한다.
피아노가 만들어주는 물결 덕분에, 첼로는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 음정이 약간 불안해도, 박자가 조금 느슨해도, 피아노가 그 아래에서 흐름을 잡아주고 있어서 전체는 무너지지 않는다.
피아노는 이 곡에서 단 한 번도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첼로가 노래하는 동안 피아노는 물결을 만들고 있다. 혼자 첼로 파트를 열심히 연습하고 피아노 반주를 만나 맞춰볼 때, 자신의 연주가 훨씬 멋지게 느껴지는 마술이 펼쳐진다. 땡큐 피아노!
생상스의 백조는 원래는 1886년에 완성된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중 열네 번째 곡이다. 오케스트라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지만, 백조만은 오랫동안 별개로 연주되어 왔다고 한다. 첼로 하나와 피아노 하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백조를 연주하며, 화려하게 나서지 않지만 나를 받쳐주는 사람을 생각한다. 내가 흔들릴 때 흐름을 잡아주고, 내가 빛날 때 그 빛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도록 자기 소리를 줄여주는 사람. 연주가 끝나면 박수는 첼로가 받는다. 하지만 그 박수가 가능했던 것이 누구 덕분인지, 둘만은 알고 있다.
서랍 속에 오랫동안 간직했던 CD속 백조를 드디어 세상에 꺼내 놓았다. 비록 서툴고, 느리고, 흔들리지만. 그래도 피아노가 물결을 만들어주고 있어 춤출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연히 장한나의 연주. 그리고 요요마의 백조도 함께 즐겨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zPpWxjeGllA&list=RDzPpWxjeGllA&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3qrKjywjo7Q&list=RD3qrKjywjo7Q&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