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무반주 무작정 도전기

고독한 무한 반복 연습중 임하시는 바흐님

by 장준호

스즈키 첼로 3권에 접어들면 합주에 대한 즐거움도 솔솔 하지만

첼로에게는 무반주 곡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매력적인 유혹이 기다리고 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


그 시작부터가 너무나 유명한, 모든 첼로곡을 대표하는 곡.

오케스트라 속에서 낮은 음을 담당하는 반주 악기 수준이었던 첼로를

멋진 독주 악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바흐님의 곡.


연주해보고픈 곡이 생기면 레슨이 기다려진다.

선생님은 곡이 얼마나 어려운지, 학생 실력으로 가능할 지에 대한 염려보다

학생의 동기유발을 위해 기꺼이 레슨에 집중해주신다.


그러나, 레슨때는 금방 정복할 듯한 곡이 혼자 복습하는 시간이면 짜증을 돋군다.

도대체 왜 되던게 않되는 걸까.

왼손이 되면 오른손이 못따라오고,

오른손이 물 흐르듯하면 왼손이 제 음을 못 짚는다. 젠장.


한 마디를 수십 번 반복한다.

활을 내려놓고 소파에 드러눕기를 수십 번.

그러다 어느 날.

수없이 반복하던 그 첫 두 마디.

활이 G선을 긋는 순간, 뭔가가 달랐다.

소리가 방 안을 채우는 느낌. 손에 전해지는 진동이 달랐다.

내가 원하던 소리가, 왼손과 오른손의 흐름이,

그날 그 순간만큼은, 달랐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습하다 보면,

방 안에 나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바흐가 이 음들을 어떤 생각으로 꺼내 놓았는지,

이 프레이즈에서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그것이 활을 통해 손에 전해지는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다.

거장들만 느끼라는 법이 있나. 우리 모두에게도 아주 가끔은 생긴다.


전공자들은 어려서부터 훈련되어 왔으니 훨씬 많이 그런 경험을 하겠지만,

초보자도 갑자기 작곡가와 만나는 듯한 묘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시 하면 않되는 경우가 많지만. 재현불가.


그 교감이 연주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완성도가 아니다.

기술이 아니다.

잘 켜서가 아니라, 그 순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또 활을 든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바흐는 1720년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완성했다. 6개의 모음곡, 각각 6개의 악장.

총 3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방대한 작품은,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도록 쓰였다.

당시에는 첼로가 독주 악기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협주곡도 없었고, 소나타도 거의 없었다.

첼로는 오케스트라의 낮은 자리에서 화음을 받쳐주는 악기였다.

바흐는 그 악기를 혼자 무대에 세웠다.


이 곡의 악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바흐가 죽고도 백 년이 넘게 지난 뒤였다.

열세 살의 파블로 카잘스가 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먼지 쌓인 악보를 발견한 것이 1890년.

그는 그 악보를 집으로 가져와 열두 해 동안 혼자 연습했다. 세상에 공개하기 전에.

그리고 1925년, 카잘스는 처음으로 이 곡의 전곡을 녹음으로 남겼다.


오늘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WV 1007을 두가지 버전으로 추천한다.

첼리스트 요요마의 두가지 연주 버전이다.

첫번째는 요요마가 1983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처음 녹음한 버전이라고 한다.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I. Prélude (1983 Sessions)


그리고 같은 곡을 2018년, 예순세 살에 다시 녹음한 버전도 들어보자.

두곡 사이에 차이가 느껴지는지, 있다면 어떤 점이 다른지 찾아보며 듣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리라.


Yo-Yo Ma -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Prélude (Official Video)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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