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콘서트-방구석 1열

아이들의 간지럼 공격에 주의하라!!

by 장준호

하우스 콘서트.

말 그대로 개인 집에 연주자들이 모여 연주하고,

집 주인이 초대한 손님들이 관객이 되는 연주회이다.

집이 아주 크고 넓어서 연주회를 하기에 충분한,

집이라기 보다 저택이라 불러야 할 만한 집에서나

하우스 콘서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본래 실내악이라는 것이 궁정의 방(챔버, chamber)에서

귀족들이 모여 연주를 듣던 영화 속 모습들이 떠오르는 것이

이러한 하우스 콘서트의 이미지를 보태주고 있다.


하지만, 나의 첫 하우스 콘서트는 아파트 거실에서 연주하고

집 전체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사방에 흩어져서 감상하는

그야말로 집(하우스)에서 연주하는 콘서트였다.


집이 터질듯 했다.

연주자는 8명. 관객은 아이들 포함 20명 남짓.

일반인들이 가까이서 클래식 연주를 감상하기란 쉽지 않은 경험이므로

집주인은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지인들을 한껏 초대하였다.

전공자들의 독주와 듀엣, 성악 전공자의 노래,

그리고 아마츄어들이 듬성듬성 참여하는 현악 4중주.


하우스 콘서트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브로 클래식 악기의 연주를

직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보 아마츄어 연주자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실수가 그대로 노출되는 아주 가까운 거리.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감시하듯 지켜보는 눈빛들.

연주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코 앞에까지 와 있는 아이들에게 '뒤로 가' 소리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연주를 시작했다.


어른들은 그래도 좀 민망하여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서거나 앉아있었지만,

아이들은 거의 발끝까지 와 있었고

악기를 만지거나 심지어 내 발을 만지기도 했다. 아우 간지러.


연주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크게 울리는 악기 소리에 놀라

흠짓 물러섰지만 이내 다시 발끝까지 다가왔다.

좁은 거실을 가득 채운 첼로 소리는,

콘서트홀에서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공기를 직접 흔드는 듯한 그 울림이

아이들 몸속까지 파고들었는지, 눈들이 동그래졌다.


연주하는 동안 마주치는 아이들의 눈빛은

어느덧 긴장을 사라지게 했다.

두어번 잘못 짚은 왼손 따윈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악보 대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연주를 마쳤다.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첼로를 가장 신기해 했고 만지고 소리내고 싶어했다. 뿌듯.

방구석 1열의 관객들은 박수도 크게, 앙코르도 거침없이 외쳤다.

콘서트홀의 예절 따윈 없었지만, 그 날의 연주는 어떤 무대보다 뜨거웠다.



그날의 프로그램 중 3곡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 Op.12).

너무나 유명한 이 곡은 결혼식 등에서 자주 연주되어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엘가가 약혼녀에게 헌정한 곡으로,

달콤하고 우아한 선율이 좁은 거실에 가득 찼다.

하우스 콘서트의 문을 여는 곡으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택이 있을까 싶었다.

장영주(사라 장)의 바이올린 독주를 소개한다.


Sarah Chang - Salut d'amour, Op.12 - Elgar 장영주 - 사랑의 인사 - 엘가

https://www.youtube.com/watch?v=SXLOF-z5Zlk&list=RDSXLOF-z5Zlk&start_radio=1


두 번째는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Humoresque).

요요마와 이작 펄만이 함께 연주한 버전을 소개한다.

두 거장이 서로 주고 받는 장난기 어린 호흡이 압권이다.

유머레스크라는 제목 그대로, 이 곡은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애틋한 여운을 남긴다.

하우스 콘서트라는 작고 친밀한 공간에서야말로

이 곡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


YO YO MA & ITZHAK PERLMAN PLAY DVORAK

https://www.youtube.com/watch?v=JZnzjzjYkK0&list=RDJZnzjzjYkK0&start_radio=1


세 번째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황제' 2악장. 나도 직접 참여한 곡이다. 물론 몇개의 음을 건너뛰며 연주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흐르는 이 선율은 사실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찬송가 '시온성과 같은 교회'

또한 독일 국가(Nationalhymne)의 선율이

바로 이 2악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하이든이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를 위해 작곡한 이 곡의 주제가

훗날 독일의 국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아이들 발끝 앞에서, 그 유구한 선율을 직접 연주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작은 설렘으로 남아있다.


하이든 - 현악 4중주, ‘황제’ - 2악장 / J. Haydn - String Quartet No.62, “Emperor” - 2nd mov.

https://www.youtube.com/watch?v=FWX2ozwjbyQ&list=RDFWX2ozwjbyQ&start_radio=1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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