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 앙상블은 악기로 나누는 대화, 그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스즈키 첼로 3권을 마칠 때 쯤이면
다른 악기들과 어울려 합주하고픈 자신감이 뿜뿜해진다.
물론 전공자들의 배려를 받으며 함께 섞여 연주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초심자들끼리의 합주도 연주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충분히 감동일 수 있다.
특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현악기들이 어울려 연주하는
현악 3중주, 4중주는 앙상블을 즐기기에 너무나 충분하다.
앙상블. 어울려 협력하여 조화를 이룬다는 프랑스어.
합주의 멋진 표현.
첼로를 배우기 전, 단순 클래식 음악 애호가 시절에는
실내악 곡들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
지루했다.
졸렸다.
하지만, 실내악 곡 연주에 참여하여
다른 악기들과 어울려 합주를 해 본다면
그 느낌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요 오묘함이 아닐 수 없다.
거듭 얘기하지만 이것은 연주자들의 실력과 크게 상관없다.(청중이 없다면)
물론 실력이 늘어갈수록 연주의 완성도는 향상되고
연주자들이나 청중들의 감동도 점점 커지겠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연주자에게 앙상블이 선물하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지만 작곡자의 머리속에서 만들어진 화음이
실제 악기를 통해 음악이 되어 퍼져나가고 다시 모이고.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받쳐주고 쉬기도 하고.
괴테는 현악 4중주를 가리켜 “네 명의 지식인이 나누는 대화”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꼭 지식인일 필요는 없다.
그저 4명이 나누는 재밌는 수다 쯤이라고 해도 좋다.
그 수다는 너무 재밌어서 까르르 까르르 할 수도 있고,
좀 무거운 얘기여서 조근 조근 할 수도 있다.
슬픈 얘기라면 공간의 공기조차 무겁고 슬플것이다.
음악으로 나누는 대화, 수다.
그것이 실내악이다.
자, 그렇다면 정말로 듣기엔 지루한 실내악 곡이
연주자로 참여하면 다른 느낌인지 실험해 볼 수 있는 곡을 골라보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은
원래 2단 건반 하프시코드를 위한 독주 작품이다.
이 곡은 어느 백작의 불면증을 달래기 위해
바흐의 제자 골드베르크가 밤마다 백작의 집에서 이 곡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자장가와 다름 없는 곡이니 한껏 지루함의 극치를 이루었으리라.
이 곡은 현악 앙상블로 편곡한 곡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현악 4중주, 즉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버전이다.
잠 들기 위한 음악이니 지루함을 만끽 하시길.
그리고, 언젠가 이 곡의 현악 4중주 앙상블에 참여해서
자장가 조차 연주는 즐겁다는 것을 증명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UWroTf9F4Qs&list=RDUWroTf9F4Qs&start_radio=1
더불어, 듣기에도 지루하지 않은 현악 4중주 두곡을 소개합니다.
차이콥스키, 현악 4중주 1번 2악장, Tchaikovsky, String Quartet No. 1, Op. 11 II. Andante cantabile
https://www.youtube.com/watch?v=pbC1LNm3TTc&list=RDpbC1LNm3TTc&start_radio=1
슈베르트 현악4중주 14번 D.810 "죽음과 소녀", Schubert, String Quartet No. 14
https://www.youtube.com/watch?v=fsxQ-eD5_C4&list=RDfsxQ-eD5_C4&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