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는 누구일까?
2000년 초반에 IT버블이 터졌다. 대학으로 이직을 했고 삶은 비교적 한가해 졌다. 하지만 약속했던 첼로 배우기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 학원을 다닐 용기가 나질 않았고 레슨 선생을 구하는 것도 망설여 졌다. 그땐 숨고가 없었다.
그렇게 첼로를 잊고 살다가 드디어 다시 첼로를 만나게 된다. 음대 교수께 도움을 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 분이 물었다. 자기가 신세를 갚고 싶은데 뭐 필요한 거 없으시냐고. 그때 문득 첼로 생각이 났다. 이차저차 했던 지난 시간들을 쏟아놓았다. 일주일 쯤 지났을까. 연구실 문을 여니 처음보는 여학생이 첼로를 등에 매고 서 있었다. 저희 교수님이 장교수님께 첼로 레슨 해드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 첼로는 교수님이 고등학교 때 쓰시던 거라고 교수님 드리라고 하셨구요.
그렇게 드디어 첼로 레슨이 시작되었다. 피아노를 배운다면 누구나 체르니 교본으로 시작하듯 바이올린과 첼로는 스즈키 교본이다. 그러고보니 미국에서도 아이들이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시작할 때는 스즈키였다. 스즈키는 누구일까?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미국은 물론 유럽을 포함해 전세계 38개국 아이들, 아니 초보자들의 첫 교본을 만든 사람, 스즈키 신이치.
스즈키의 아버지는 일본 최초의 바이올린 공장 주인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기업을 이어받기를 원했지만,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듣고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버린 그는 독학으로 바이올린을 연습했고 급기야 독일로 유학을 떠나 카를 클링거에게 사사했다. 그곳에서 어린이 교습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어 1950년대에 첫 교본을 출판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세광음악출판사가 보급하였다.
스즈키 첼로 교본 1, 2권을 지나 3권에 이르면 꽤 연주곡 다운 악보를 만나게 된다. 특히 바흐의 부레(Bourrée)는 아직 한창 기본기를 연습 중인 초보자에게 제법 연주의 느낌을 갖게 해주는 곡이다. 프랑스 민속 춤에서 유래한 춤곡 형식으로 바흐의 류트 모음곡 E단조 BWV 996에 수록된 곡이다.
자, 이제 바흐의 부레를 들어보자. 첼로의 거장 요요마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연주한다. 내겐 마치 레슨 받으러 온 나이 많은 초보자인듯 보이기도 하고 첼로 마스터가 한음 한음을 음미하듯 연주하고 있는듯하기도 하다. 스즈키 첼로 교본의 대표 선수. 바흐의 부레.
첼로 초보자도 이 곡을 연주한다. 같은 음이지만 완전 다른 소리로.
https://www.youtube.com/watch?v=xR4IElye7eg&list=RDxR4IElye7eg&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