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연습을 견디기 위한 MSG

아무도 보지 않지만 내겐 너무 위대한 순간

by 장준호

음악이든 체육이든 무엇인가를 몸으로 익혀야 하는 분야는 도를 닦는 것과 같은 인고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일정 시간 만큼을 쏟아부어야 소위 '몸이 기억한다'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클래식 악보를 익힐때, 특히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한 마디에 음표가 많을때 전공자가 아닌 클래식 애호가일 뿐인 늦깍이 레스너에게 두가지 방법이 효과가 있다. 첫번째는 제 박자보다 아주 느리게 그러나 박자감은 유지하면서 한음 한음 정확하게 연습하는 것이다. 시작은 매우 느리게 한음씩 한음씩 정확하게 연주해보고 점점 빠르게 하면서 제 박자에 이르기까지 연습한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되었는데도 제 박자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면 두번째 방법을 써본다. 어려운 몇개의 음들을 빼고 연습하는 것이다. 역시 박자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려운 음들을 빼고 대신 나머지 음들은 정확하게 연습한다. 그렇게 빠졌던 음들을 하나 둘씩 연주에 포함시킨다. 이 두가지 방법으로 엉덩이와 허리의 고통을 감내하며 수십번 반복하면 보상은 반드시 있다.


연습이 거듭될 수록 당연히 짜증이 먼저 올라온다. 왜 이리 않될까. 악기중에 젤 어려운 것이 확실하다. 내가 왜 이 나이에 이 악기를.


온갖 원망이 올라오며 몇번을 그만 할까를 고민한다. 그사이 엉덩이부터 시작된 고통은 온 몸으로 퍼져간다.


이럴때 마지막 처방 하나.


익숙한 가곡이나 가요의 주 멜로디를 연주해본다. 왠지 MSG가 듬뿍 뿌려진 불량식품으로 온 몸의 리셋 버튼을 누른 것 같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한껏 멋을 내며 연주한다. 어떤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상관없다. 그러니 가곡이나 가요의 주 멜로디 하나 쯤은 악보를 보지 않고도 한껏 기분 내며 연주할 수 있도록 외워놓자.


자, 오늘의 곡은 바로 주 멜로디가 너무나 유명한 가곡과 가요 하나씩. 첼로로 연주한 '아름다운 금강산'과 '돌아와요 부산항에'이다.


첫번째 곡을 연주한 미샤 마이스키는 말이 필요없는 거장이다. 두번째 곡을 연주한 유튜브 별칭 첼로댁은 첼리스트인 아내를 위해 열심히 촬영하여 구독자를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는 부부의 가상한 노력이 흥미로운 채널이다. 구독자가 몇천명일때 처음 발견했는데 지금은 35만명이다.


Mischa Maisky & HaeSun Paik 미샤마이스키 백혜선


https://www.youtube.com/watch?v=O-FW8dvcYzw&list=RDSDUOIEeR8dU&index=3


돌아와요 부산항에, 첼로댁


https://www.youtube.com/watch?v=zeciYqI53_g&list=RDzeciYqI53_g&start_radio=1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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