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작은 행복 찾기
실행
신고
라이킷
26
댓글
4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창창한 날들
Dec 08. 2024
환경 실천은 불편해, 그럼에도
푸른 별 환경 전사 60일간의 도전
1. 나는
너무 많이
가졌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물건을 아껴 쓰는 게 몸에 배었다.
한편 강박적으로 물건을 쌓아두기만 하고 버리지 못해 집안은 고물상이나 다름없게 변해갔다.
우리 집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짐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에 와서는 잠만 자며 기계같이 살던 시절.
어느 날부터 불면과 소화장애, 이유를 모르는 통증이 가중되었다.
우울증 약을 먹고 잠들었다가 일어난 순간 집안의 골속골속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즈음 친구에게서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 바다출판사, 2012)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미니멀리즘이란 걸 처음 알았고, 내가 느꼈던 불편감의 실체를 깨달았다.
나는 너무 많이 갖고 살았던 것이다.
물건의 수를 줄이고 심플하게 질서를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의 미니멀리스트 곤도 마리에를 알게 되어 '버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333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내 몸에 걸치는 옷가지들을 과감히 줄이게 되었다.
버리기만 할 게 아니라 덜 소유하는 태도를 갖고 살게 되었다.
2. 푸른 별 환경 전사로 거듭나기
최근 내가 소속된 사회단체에 '푸른 별 환경 전사'라는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실천 행동을 60일 동안 밴드에 인증하기로 했다.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 데는
60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초반
인증엔
텀블러나 장바구니 사용 인증이 자주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날이 갈수록 비슷한 인증을 올리는 일에서 식상함을 느꼈는지, 일주일 지나자 익숙지 않은 항목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참가자 36명이 각자 실천한 내용을 인증하다 보니 몰랐던 정보들을 알게 되어 우리의 실천은 좀 더 확장되었다.
더불어 환경운동연합에도 가입하여 기부를 시작했다.
평소엔 당연해서 무신경했던 일들이 환경에 위해가 된다는 걸 깨닫고 행동을 바꾸게 되었다.
이를테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닫힘 버튼을 누르면 상당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점, 디지털 기기 사용 횟수도 상상을 넘는 양의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점, 비닐 종이를 꼬깃꼬깃 접으면 재활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이었다.
여러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문 앞에 선 사람이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그래서 눈치껏 닫힘 버튼을 누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환경 실천 미션 60일째, 즉 마지막 날이다.
나는 60일 동안의 소감문을 쓴 뒤 국제 기후 협약을 전혀 지키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관한 환경운동연합의 논평을 공유하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동참한 내용으로 인증했다.
이 글은 아래 실천 목표 25번 즉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쓴 초고였는데, 발행하려는 순간 계엄령이 선포되는 바람에...
환경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25가지를 모두 실천하기 위해 습관을 들였다.
3. AI 활용이라는 딜레마
환경 관련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것도 실천 중 하나였다. 공학도 아들 덕분에 챗GPT 사용법을 진작 배운 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질문을 하는 연습'이라며 챗 활용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이번에 환경 공부를 하면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 자원이 소비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20년 논문
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질문을 처리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수십만 kWh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여러 대가 수년간 운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맞먹는다니.
게다가 슈퍼컴퓨터를 식히기 위해 질문 하나 넣고 답을 얻을 때마다 물 500ml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질문을 넣기가 너무 괴롭다.
요즘 AI 활용법에 관한 강의가 많다. 그 강의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은 심리를 자극한다.
활용법을 배우고 나면 편리함을 경험해서 사용하지 않는 게 무척 어렵다.
나 역시 AI에게 구미에 딱 맞는 자료를 내놓아라, 초고를 써 달라, 하고 싶은 욕구와 싸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방법이 개발되고 있으니, 미래에는 이러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을 믿어봐야지 별 수 있겠나.
4. 환경 실천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환경 실천을 하면서 우울감도 커졌다. (기후우울증이라는 말도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나 한 사람의 작은 실천으로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가 자주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 한 사람의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 세상을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60일 동안의 환경 실천이 끝났다고 느슨해지지 말고 한결같이 나아가 보려 한다.
곧 푸른 별 환경 전사 2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keyword
미니멀라이프
실천
환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