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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가림 May 17. 2022

적어도 부부라면 개xx를 걸러내는 기준이 같아야 한다.

같이 욕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I think for the marriage, it can be nice to be with somebody of your own race.
결혼에 있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점이 때론 좋을 때가 있어요.

The advantage is that you get to go home and be racist together.

그 장점이란 당신이 집에 도착했을 때 그 누군가와 함께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죠.

You get to say whatever you like, you don't got to explain sh*t.

당신은 당신이 말하고 싶은 모든 걸 말하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My husaband is half Filipino half Japnese.

나의 남편은 필리핀과 일본 혼혈이에요.

I'm half Chinese and half Vietnamese.  

나는 중국과 베트남 혼혈이고요.

And we spenf 100 percent of our time sh*tty on Korean people.

우리는 우리의 100퍼센트 모든 시간을 한국인을 욕하는 걸로 보냅니다.

It's.. amazing!

이건.. 굉장해요!


-Ali Wong  
-앨리 웡


너무 진지하게 놀라지 말라. 같은 피부색의 인종을 놀리는 농담은 아메리칸 이민 사회에서 가장 재밌는 자학개그이기도 하다. (다른 피부색은 건들면 안 된다.) 그녀는 한국 남성과의 로맨스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우리 사이 어쩌면"Always be my Maybe, Netflix에서 한국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가 있다. 이런 그녀가 그녀의 스탠드 업 코미디에서 던진 결혼 생활에 대한 유일한 장점으로 '함께 인종 차별 주의자가 되는 것'을 뽑았다. 나는 이때 굉장히 공감했다. 성격 안 맞는다고 매일 같이 싸워도 인간을 바라보는 '기준점'하나가 우리를 견고하게 붙들고 있기 때문이라.


집 밖을 나오는 순간 매일 같이 우리는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전쟁을 치른다. 


그러다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거나 쿵짝이 맞는 사람을 보면 운명인가 싶을 정도로 섣불리 감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집에 돌아와 '나와 성격 따위 하나도 안 맞는 남편'과 도란도란 얘기하면 성격은 안 맞아도 적어도 '비정상과 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꽤나 일치한다. 그럼 그때부터 우리의 대화는 신나게 열불을 쏟아내는 짜릿한 뒷담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https://unsplash.com/@saeedkarimi


밖에서는 남 얘기하는 것에 반감을 느끼듯 깨어있는 지성인 인척 하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오로지 나의 주관적인 잣대에 빗대어 그들과 그녀와 그를 마음껏 미워한다. MBTI만큼 극단적으로 나뉜 분류법을 사용한 우리의 대화는 온 세상의 윤리 체계를 다시 구축할 만큼의 굳건한 기준을 창조해간다.


하지만 결국,


"내가 봤을 때 걔는 미친놈이네."

"맞아! 개 xx!"


이 한마디만큼 위로가 되는 말이 없지 않은가? 그럼 나는 안 미친 거라 해주는 것 같잖아.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가 된다.


직장동료, 상사, 집주인님, 친구인 줄 알았던 그 년, 지나가던 도를 믿으세요, 오늘날 밀치고 간 지하철 그놈.


적어도 서로를 정상인이라고 착각했기에 친구로 두고 사귀기로 하고 결혼도 하지 않는가?

친구들과 농담 삼아 '우리 중에 정상인은 없어'라고 웃으며 말을 던지지만 사실 진짜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표정부터 일그러지며 '저 미친 x'이라 진심을 다한 욕을 하지 않나. 


그래 나는 (우리는) 지극히 정상이야 라고 생각하는 이 착각 속에서 벗어나기 싫다. 

결혼 생활의 유일무이한 장점이니까.

 

 



사진제공: https://unsplash.com/@cocodrilomedi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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