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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짤리짤리 Jun 12. 2023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독과점의 확장

격차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기업

 2021년 3월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 회사가 서울이 아닌 뉴욕에서 상장 했던 이유는 한국 쿠팡 지분 전부를 미국 소재 쿠팡LLC가 소유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영업활동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식 이름을 가진 미국인이 경영하는 100% 외국 자본 회사이다.

 매해 수천억의 적자를 기록하던 이 회사가 상장 직후 시총 100조를 넘나드는 엄청난 가치로 평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며 탄생된 새로운 세상은 모바일 생태계에서 주목받는 스타 회사들을 만들어 냈다. 글로벌한 우버나 에어비엔비, 국내의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같은 회사들 말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플랫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들의 서비스는 소비자가 더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독과점과 격차의 확대라는 우려감도 존재한다. 전통적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기업가치가 매겨지는 이유 역시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winner take it all을 꿈꾼다. 

 기술 기업을 표방하지만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플랫폼은 소비 경로를 잠식하는 비즈니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신상품을 소유하고, 이동을 하고, 여행지에서 숙박을 하는 실제 활동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지만,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금전적 거래는 작은 휴대전화 스크린 위에서 이뤄진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거래 경로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과거 대형마트라는 새로운 유통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기보다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등 다양하게 펼쳐진 소비자의 구매 경로를 흡수해 갔듯, 쿠팡 역시 부가적인 서비스를 앞세워 상품의 구매와 이동 경로에 침투하는 비즈니스에 가깝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한, 일반 생필품 수요는 크게 상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유통망 점유율 경쟁은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 보인다. 한쪽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무너지는 경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쿠팡의 성장은 온라인으로의 변환이 느릴 수밖에 없던 크고 작은 오프라인 유통망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또 다른 스타, 우버는 어떨까? 세계 곳곳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택시업계와 마찰을 일으킨 우버는 전통적인 운송 회사들과 달리 직접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줄 뿐이다. 물론 콜택시 업체나 화물운송 중개사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그들이 특정 지역에 기반한 사업이었다면,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은 물리적인 경계 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때문에 거래를 통해 발생된 수수료 역시 도시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가진다. 일반 택시를 타면 지불된 요금은 택시를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에게로 돌아간다. 특정 도시에서 발생된 요금이 다시 그 지역에 터전을 잡은 개인이나 법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하지만 우버는 다르다. 세계 대도시 어디에서든 우버 이용자가 지불한 요금 중 일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우버 본사로 집중되는 구조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라는 배달어플을 통해 음식을 주문했다면, 전국 어디에서 발생했던 그에 대한 수수료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배달의 민족 본사에게로 집중된다. 과거였다면 그 돈은 주문자 자신이나 음식판매점 혹은 전단지를 만드는 인쇄소, 전단을 배포하는 인근 파트타이머들의 몫이었을 것이다. 모두 해당 지역에 기반한 이들이다.


  오픈마켓 쇼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이다. 네이버가 쇼핑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 들이는 동안 그들의 쇼핑플랫폼 스마트스토어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업자들은 매출액의 상당분을 경기도 성남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이버에게 각종 수수료로 명목으로 지불하고 있다. 때론 매출이익 보다 더 큰 금액을 광고수수료로 지불하기도 하고, 가격경쟁에 휩싸여 마진 없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모두 생존을 위한 선택이지만 역설적으로 판매자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노출을 위한 비용이 높아지며 플랫폼의 수익을 올린다. 가격정보의 완전한 노출로 인해 잠식된 판매자의 잠재이익은 쇼핑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 그리고 일부는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무려 25%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비율을 고려한다면 각종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들을 공급자로 끌어들여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은 여전히 커 보인다. 자영업자들은 대기업과 달리 독립적인 소비자 접점채널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의존도가 높아진다. 무너진 힘의 균형은 장기적으로 더 불리한 조건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을 하게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수 공급자의 이익 중 상당 부분이 하나의 플랫폼 제공자에게 이전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성공한 플랫폼에 투자한 소수의 사람들이나 종사자는 수혜를 받지만, 그 속에서 참여하는 다수의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자들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구조이다.

  

 플랫폼 경쟁은 엄청난 투자자금을 유치하며 숙박, 자동차 수리, 미용이나 성형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 침투했다. 이들의 목표대로 특정 분야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하나의 단일 플랫폼으로 연결된다면, 다른 채널이나 경로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시장은 분야별로 독점 내지는 과점화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소수의 사업체가 특정 분야의 경로를 독식하기 시작하면 부가 한 곳으로 집중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패자들이 생겨나며 사업자 간의 격차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공급자들의 문제이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소비자이면서 직간접적으로는 공급자인 존재들이다. 모두가 플랫폼에 대항하여 독립적인 채널을 구축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이 큰 회사에만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높은 자영업 비율을 고려하면, 미래의 자기 자신, 가족 누군가, 친인척, 친구 어느 누구에게나 소득 격차의 그림자가 쉽게 드리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대기업과 플랫폼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격차까지 심화시킨다. 전국의 수많은 거래에서 지불된 돈들이 그 지역사회에 그대로 뿌려지지 못하고 지배력을 가진 소수에게 집중되며 서클의 안팎 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것. 이것이 모바일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가 나아가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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