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국, <행복의 기원> 중에서
뉴욕 맨해튼,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 고독은 더 커진다고 했던가.
2011년 가을, 맨해튼에 살고 있던 제프 렉스데일(Jeff Ragsdale)이라는 39세 남자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던 그는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 구조 신호를 보냈다. 노란 종이 한 장에 자기 전화번호와 간단한 문장 하나를 적어 맨해튼 곳곳에 붙인 것이다.
‘뭐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저에게 전화하세요. 외로운 제프.’
그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 몇 명이라도 대화 상대가 생기길 바라던 그에게 실제 연락을 한 사람은 무려 7만 명. 뉴욕은 물론 영국, 캐나다,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심지어 한국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제프를 찾았다. 자신도 외롭다는 하소연과 함께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중에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사람에게서 가장 큰 슬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평생 삶을 살아가며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 사람이다.
노란 종이 한 장에 자기 전화번호와 간단한 문장 하나를 적어 맨해튼 곳곳에 붙인 제프도, 7만 명이 넘게 연락이 왔다는 일 자체도 그렇게까지 놀랍지는 않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까. 심지어 결혼한 이들에게도, 연인이 있는 이들에게도 외로움은 있다.
이런 외로움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으니 참 너무하다. 로맨스 스캠... 나쁜 사람들ㅠㅠ
얼마나 심하면 주 이탈리아 대사관에 안전여행 유의사항으로 떴겠는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호감을 얻은 후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라니 너무하다!
그래서인지 2011년 외로운 제프의 순수한 노란 종이 한 장이 2024년으로 오면 로맨스 스캠으로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순수한 호의와 사기를 완벽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외로움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받아들이고 바라봐줄 필요가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내가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무엇인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외로운 감정이 너무나도 크게 확 올라왔을 때 손쉽게 회피하기 위해 '해피'해 보이는 도파민으로 도망칠 수도 있다. 이는 단기적 해소일 수는 있으나 본질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책 <행복의 기원>,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탐구보고서>에서 명쾌하게 제시한 해답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즉, '연결'이다. 외로움이 계속해서 크게 느껴진다면 지금 맺고 있는 관계를 생각해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Pr3vHkVICfw
유병재의 친구 순위 정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거다. 요즘 내게 보물 같은 이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과 어떤 시간을 얼마나 보내고 있는지, 앞으로는 누구와 어떤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은지 등을 적다 보면 관계 지도가 그려진다.
사람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적절함은 다르다. 고독과 연결의 시간은 자신에게 알맞게, 조화롭게 설정되어야 한다. 만약 외로움을 유독 많이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면 좋다.
- 요즘 어떤 시간을 자주 보내고 있어?
-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어?
-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작게나마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