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 나의 해방일지

by 범준쌤
나의 해방일지.jpg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을 넘게 가서 마을버스로 환승을 해야 이르는 산포, 그곳에 사는 미정, 창희, 기정 삼 남매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이웃 구 씨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채워진 적도 없고, 누군가를 채워준 적도 없는, 각자의 상처와 결핍이 있는 이들, 무언가에서 해방이 필요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결핍과 무엇에서 해방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애정 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많다.

앞으로 차차 하나씩 풀기로!

추앙, 환대, 해방.

누가 누군가를 구원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각자 그리고 함께 해방으로 나아가는 한걸음 한걸음을 서서히 보여준다.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는

해방클럽의 3가지 강령처럼 이 드라마는 자신의 일상을 그렇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이야기다.



내가 작가나 해볼까하고 잠깐 작법 책 본 적이 있는데, 좋은 드라마란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려고 무지 애쓰는데 안 되는 거래. 그거 보고 접었어. 인생이란 똑같은 걸 뭐하러 써. 재미없게. - 12화 중에서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에게서 내 이야기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미정, 창희, 기정, 구 씨 등 이 인물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마주하게 된다.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이 대사로 표현되고, 겪고 있던 갈등이 조금씩 풀려갈 때 몰입할 수밖에 없다.


작가가 아니라면 좋은 드라마를 쓸 이유는 우리에게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삶이 주어졌다. 좋은 삶은 무엇일까. 드라마 속 대사처럼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려고 무지 애쓰는데 안 되는 게 좋은 삶일까? 대부분이 동의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무지 애쓰는데 안 되는 데 뭐가 좋은 삶인가. 하지만 그건 그 삶을 살고 있는 이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신념을 가지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나아가고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그게 좋은 삶일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고민, 억압 등 해방감을 느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나아간다면, 나를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이가 있다면, 언젠가 해답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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