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의 쓸모

나를 나답게 해주는 이야기 기록

by 범준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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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마다 스피치 스터디를 한다. 지난주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진행했을 때 마케터 이승희님의 세바시 영상을 같이 봤다. '하루 15분으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라는 썸네일보다 더 뇌리에 남는 건 자기의 방식대로 꾸준히 기록하되 작은 이야기들을 꺼내자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큰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록하는 걸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별 볼일 없다는 마음으로 멈추어버리곤 한다. 사실 별 볼일 없는 이야기, 작은 이야기가 쌓여서 우리의 일상을 만들고, 그 일상이 쌓이다 보면 큰 이야기가 발견되거나 발굴되어진다. 그리고 큰 이야기가 없으면 어떤가. 큰 이야기를 쓰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일상의 평범함과 보통의 만남들 속에서 꾸준한 기록을 하다 보면 평범함 속 특별함과 보통 속 진기함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발견이 나를 더욱 나답게 해 준다.


800x0 3년 동안의 독서기록을 모아서 만든 책

별 이야기는 없었다. 작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내가 읽은 책들에서 얻은 소중한 문장을 통해서 내게 의미 있는 단어를 발굴했다. 그리고 그 단어를 통해서 나의 작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가면, 강연, 결핍, 그림자, 길, 대화, 돈, 두려움, 배움, 변화, 솔직함, 아침, 이야기, 일상, 죽음, 찌질함, 후회 등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단어들로 나의 이야기를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써 내려갔다. 나답지 않음이 무엇인지,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거나 오히려 더 헷갈리는 영역들도 있었다.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는 것보다 그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는 점이 더 좋았다. 나의 평범함과 특별함, 그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것들의 무늬가 섞이고 모여서 나라는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 속에 있는 여러 감정과 생각과 느낌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2017년에서 2019년 동안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을 글로 포착하여 책으로 만드는 작업은 왜 작가들이 책을 쓰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해 줬다.


어떤 이야기를 작은 이야기와 큰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 이렇게 딱 이분법으로 구별할 수 없다. 너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가 발견되고 나의 이야기에서 너의 이야기가 보이듯이, 작은 이야기에서 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큰 이야기 속에서 작은 이야기들이 새로이 탄생하듯이 이야기에는 연결성이 있다. 그리고 그 자체의 생명력이 있다. 그리고 보다 더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자기다움'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앞으로도 일상의 다양한 글감을 통해서 나의 이야기를 계속 쓴다면, 그리고 나에서 확장되어 다양한 주어로 글을 쓰게 된다면 어떻게 '나다움'으로 연결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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