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SNS라는 거대한 산업 흐름의 변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체인지그라운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균열이 있는 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경기장은 이미 기득권과 선점자들에게 유리하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돈, 평판, 사업 파트너 등의 자산을 쌓아왔다. 이런 축적물에 맞서 돈, 사람, 비즈니스 모델 등 어느 것 하나 온전치 못한 스타트업이 기존 판에 들어가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데 경기장 판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규모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빠른 스피드로 판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쉽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체인지그라운드가 존속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조금씩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판의 흔들림, 그리고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뉴파워>의 저자인 제러미와 헨리는 이러한 새로운 권력의 부상 현상을 "뉴파워"라고 부른다. 기존 올드 파워에 맞서는 새로운 힘이 눈에 띄게 탄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파워의 부상을 인지하고
적응하면 살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입니다.
책 <뉴파워>를 읽으면서, 크게 와 닿았던 내용 중 하나로 테드의 사례다. 테드는 현재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테드의 시작도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미미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황홀한 테드 강연도 청중이 몇 백 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믿겨지는가?
초창기 테드는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소규모의 사람이 기술, 오락, 디자인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 TED)에 관한 흥미진진한 강연을 가끔 여는 모임이었다. 지금처럼 개방된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연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권은 인맥과 재력이 탄탄한 사람들만 누릴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초기 강연의 틀은
일종의 비밀 회합이라는
인상을 주지요.
그런데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전 세계적인 강연 플랫폼이 되었을까? 비슷한 강연 플랫폼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서 테드가 부각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저자 제러미와 헨리는 두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2000년대에 디지털 세계가
본격화되면서
특히 소셜 미디어가 부상한 것
(= 미디어 판의 이동)
둘째, 크리스 앤더슨 이라는
걸출한 영국 기업가의 역량과 비전
2000년대 초 테드의 수장을 맡게 된 크리스 앤더슨은 테드를 비영리단체로 전환하고 강연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그리고 한 가지 큰 결단을 한다.
강연 영상을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당시 상당히 위험한 전략으로 간주되었다. 강연 영상이 테드가 가진 거의 유일한 지적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부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고 강연을 온라인에 무료 포스팅하면 기존 비즈니스모델인 '오프라인 티켓 판매'가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정반대로 대성공이었다.
2006년 6월 첫 강연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되고 9월 무렵 조회 수가 100만을 넘어섰다. 조회수는 계속 급상승했다. 오늘날 조회수는 10억 단위다.
테드 브랜드를 둘러싸고 입소문이 확산되자 대중 인지도 역시 상승했고, 오프라인 티켓 수요의 폭증으로 이어졌다. 테드 강연을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섰다. 테드가 강연을 온라인에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기존 폐쇄형 강연'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
오프라인 강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매해 벤쿠버에서 열리는 테드 행사에 참석하려면 많게는 1인당 2천 5백만원을 내야 한다. 강연을 듣는데 2천 5백만원을 낸다고? 엄청난 금액이다. 그 정도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도 테드 주최 측은 강연자를 엄선하듯이 참가자들도 엄선한다. 거금의 돈을 내고 선택받는 것이다.
제러미와 헨리는 말한다.
오늘날 테드는 가장 많이 공유되고
인기 있고 존중받는
신권력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테드의 사례를 통해 체인지그라운드와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도 더 강력한 "뉴파워 집단"이 될 수 있을까?
빡독을 시작으로 빡독X와 씽큐베이션 등 온오프모임이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빡독X는 현재 전국에 걸쳐 1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열리고 있다. 나 역시 [빡독X성남]의 주최자로서 11월부터 성남 빡독을 매주 열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성남 빡독이 <뉴파워>의 증거이자 산실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테드의 사례 뿐만 아니라 <뉴파워>에 나오는 내용들을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이를 '굴절적응'시켜 한국이라는 판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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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독X성남]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10시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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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빡독X성남 1회차 사진
# 빡독X성남 2회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