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을 넘어가며....
"이오 뽀쏘"
벌써 다섯 번째 외침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걸었는지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더위라도 식혀주려고 그런지, 브라운 색의 창모자 끝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고개를 들어서 바라본 하늘은 몹시 푸르렀다. 멈추지 않고 내리는 빗물은 모자 안에서 만들어져 창모자 끝 처마를 타고 내렸다. 내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땀)이었다.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비탈길을 오르며,
무심코 내디딘 발이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각진 돌 하나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덩달아 발도 같이 스르르 밑으로 미끄러진다. 내딛기 이전의 위치로 다시 발은 돌아와 버렸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골짜기가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서 도망가는 듯했다.
금방이라도 올라가서 골짜기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눈에 새겨 넣고 싶어서,
박차를 가했는데도 여전히 언덕은 눈앞에만 존재했다.
언덕을 발아래 두는 것을 꿈꾸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소리쳤다.
"이오 뽀쏘!"
소리 내어 외쳐댄 건 나였는데, 몸소 보여주는 것은 다른 이였다. 조용한 외침소리.
돌무더기 틈 사이에서 알록달록한 꽃이 머리를 비집고 피어내고 있었다.
회색 빛 돌덩이들만 가득한 메마른 땅 위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세상을 향해 존재를 외치고 있었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대단한 존재의 힘을 이어받으려고 했다.
두 갈래로 쪼개어진 돌산 틈 사이로 황금빛을 비추며 다독이고 있었다.
'포기하지 말고, 어서 빨리 올라오라고~'
자주 빛깔의 꽃과 황금 빛깔의 태양으로 받은 "이오 뽀쏘" 에너지로 탄력 받아, 돌무더기들 즈려 밟고 또 밟아서 마침내 언덕으로 올라섰다.
두 개로 쪼개진 언덕에서 바라보니, 마치 다른 두 세상이 펼쳐져 있는 듯했다. 힘겹게 올라온 회색의 돌무더기세상과 이제 넘어갈 황색 모래의 향연이랄까,
그늘진 돌산 뒤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 아래, 창모자와 같은 색상의 누우런 바위와 모래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또 한켠에는 하얀 눈들이 아직 녹아내리지 않고 버텨내며 맞아주었다. 8월 초 한창 더운 여름날에,,,
돌로미티의 산속 깊은 곳에서부터 생명력은 다양한 형태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돌무더기 틈 사이의 자줏빛 꽃처럼,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버티고 있는 하얀 눈밭처럼...,
돌로미티 그 차제로 생명을 가득 품고, 찾는 이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나눠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넉넉하게 베풀진 않았다.
"아직은 안돼, 여기까진 와야지~"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휘두르며 여행객들의 발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온갖 색상들을 이끌고 와서 한번 맛보라고, 눈으로 향기로 땀으로 마음으로....
'이오 뽀쏘'는 이탈리아어로, '나는 할수 있다'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