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03

히말라야 라이딩 그리고 노란 라면

by 러닝

초모리리로 가는 원정대가 꾸려졌다. 엊그제 만난 정호형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가는 여정이다. 하얀 A4 용지에 대충 손으로 낙서하듯이 그린 지도를 들고 출발했다. 황무지인지 사막인지 모를 길이 나왔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때때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실눈을 고수하게 만들었다. 참 이상한 기후였다. 따스한 햇살이 맨 얼굴을 붉게 데우다가도 간혹 부는 바람은 코 끝이 시릴정도로 차가웠다. 무척 더운데 추웠고, 으슬으슬하면서도 따스했다. 그래서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복장을 재정비했다. 두꺼운 양털 재킷에 바람막이까지 둘렀다. 추위에 떠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운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는 두건으로 에워쌌다. 차가운 모래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상쾌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산들은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나무가 우거지지 않았다. 간혹 나무가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원처럼 길이가 짧고 푸르른 풀로 둘러져 있었다. 바람이나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는 것이 거의 없었다. 모진 바람을 맞으며 비탈길에서 덜컹덜컹 거리며 산을 가로질렀다.


'레'에서 새벽 일찍 출발했는데 어느새 태양이 중천에 떠 있었다. 앞서 가던 정호형이 길 옆에 바이크를 세웠다. 그는 바이크 옆 짐칸에 있는 배낭을 주섬주섬하더니 작은 버너, 노란색 양은냄비 그리고 조그만 인도라면을 꺼내 들고 길 옆의 냇가로 갔다. 그는 흐르는 시냇물을 냄비에 가득 채우고 물을 끓였다. 그는 태연하였지만, 나는 낯설었다. 히말라야 산기슭의 시냇물은 맑아보이긴 했지만, 그대로 라면물로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이 시냇물은 흘러 흘러 갠지스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분명 하류의 갠지스강과 상류의 이 시냇물은 달랐지만, 찝찝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순진한 라면에 누런 갠지스 강과 모래 바람이 날리던 메마른 황야가 겹쳐 보였다. 그래도 노랗게 읽은 라면을 후루룩 한 젓가락 하는 순간 그런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한국의 매콤한 빨간 라면과는 다른 샛노란 라면. 얼큰한 맛은 없었지만 담백하니 건강한 맛이었다. 따뜻한 라면 국물이 주는 잠깐의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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