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총 맞은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뚫린 첫날, 현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앞에 놓여 있던 수많은 감정들이 마음의 문을 지나 내게 닿는 데까지 수일이 걸렸다. 감정들과 마주친 나는 과거의 나와 자주 대면했다. 화를 내기도 질책도 하면서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 행복했었던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그 추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날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환경을 바꾸고 나라를 바꾸며 여행을 나홀로 떠났다.
여행지에서 과거의 나와 작별 인사를 하고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다시 과거의 나에게 묻는다. 내가 무엇을 추구했고, 꿈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좋아했던 게 무엇인지. 여행기간 내내 자문자답하며 나름대로 해결책이라고 치부하는 답안을 가지고 돌아와 미래의 나에게 떠밀어 버린다.
그렇게 과거를 잊고 미래의 나를 향해 보낸 세월이 꽤 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시간이 가면 다 잊어지고 치료가 된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일까? 어느 순간, 과거의 나를 이미 떠나보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덜 채워졌다. 마음속에 텅 비어 있는 공간,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그 공간. 한참 동안이나 그곳을 채워 넣기 위해서 애쓴 것 같다. 그리고 이제야 거기에 맞는, 채워 넣을 그 무언가를 찾은 것만 같다.
굳이 다른 인연을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내가 직접 채우면 된다. 과거와 미래의 나에게 의지하지 않고, 현재의 나를 그 속에 밀어 넣는다. 현재를 사는 나에게 과거나 미래가 더 소중하지는 않다. 텅 비었던 구멍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의 나'였다. 현재에 집중하며 그 구멍은 가득 채워지고, 결핍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어쩌면 스스로 구멍을 채운 뒤에야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