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인공지능이 연출하는 이별의 공간을 메꾸는 방법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못다 이룬 삶과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다 원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살아서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가혹한 형벌을 준다. 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에는 눈은 사람들의 첫 마음을 기억하게라도 하고팠는지 온 세상을 덮기 시작했다. 평범한 여느 크리스마스이브 오후 5시, 갑작스러운 비보로 실감할 수 없는 이별이 찾아왔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영상 통화로 만나는 가상의 서비스 '원더랜드'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지난 2024년 6월 5일 개봉한 화제의 신작이다. 디지털시대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하는 시대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이를 간극의 인생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이 영화를 통해서 발견하게 된다. 죽음으로 누군가는 떠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남게 된다. 남겨진 그들도 죽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는 사실 속에서 그리움은 추억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드는 현실의 연결로 충분히 달래고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한다. 주인공 바이리는 어린 딸 지아를 남겨놓고 죽지만 그녀 스스로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어린 딸에게 늘 바쁘기만 했던 엄마였기에 영상 통화로 만나는 사후지만 인공지능으로 나타나는 엄마 바이리는 모든 순간이 그립고 애처롭기만 하다. 사고로 코마 상태로 병원에 있는 남자친구인 태주를 그리워하며 스튜어드였던 그에 걸맞게 우주인 인공지능 태주로 변신시킨 정인은 매일 영상으로 만나는 태주와 일상을 이어간다. 어느 날 코마 상태에서 회복된 태주는 일상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혼란스럽다. 이를 지켜보는 여자 친구 정인은 영상 속 태주와의 소통을 끊어내지 못해 현실의 다시 마주한 태주와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화 원더랜드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직접 자신이 가고픈 곳과 환경을 설정해 사후 남겨진 가족과의 연결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혹시라도 프로그램을 초기화하면 기존 영상 속 기록된 사람의 특성이 다시 복원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원더랜드의 스태프 또한 자신의 부모님을 AI 기술로 복원해 화상으로 식사도 나누며 일상을 공유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일상을 공유할 사람과의 이별을 가장 아파할지도 모른다. 나와 함께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울고 웃고 나누던 사람과의 이별이 너무나도 아픈 것은 이제는 그 자연스러움을 표현할 사람도 없으며 궁금해 묻는 사람도 곁에 없다는 것을 알고도 견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공간을 애써 채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놓아두는 것을 배운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아무런 예고와 연습 없이 찾아온 슬픔과 하루하루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이별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작년 12월 24일 하늘로 간 남동생과 남겨진 두 아이 그리고 동생의 아내가 떠올랐다. 이런 원더랜드 서비스가 실상에서 구현된다면 과연 우리의 가족은 인공지능이 만든 남동생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할까?? 아니면 이렇게 추억으로 남겨진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길 선택할까? 영화 원더랜드 속 바이리는 공항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딸 지아를 찾아 헤메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비로소 자기 죽음을 인정하고 자신을 잃게된 엄마의 심정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영상 통화 한 통으로 살아서 못다 한 한마디를 그녀의 엄마에게 건네며 서로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고마웠다고, 다시 태어나면 자신의 딸로 태어나 달라며 잘해주겠다고 말하는 바이리의 심정을 느끼며 갑자기 떠난 동생도 영상으로나마 남기고 전하고픈 말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본다. 영화 원더랜드는 죽음이 갈라놓는 사랑을 디지털시대 인공지능이 다시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기대하게 함과 동시에 아직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직접 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 깊은 감사를 느끼게 했다.